의과대학 교수 단체가 의대 정원 증원과 관련 보건복지부 장관 등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이 법원에서 각하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김준영)는 2일 오후 전국 의대 교수협의회 대표 33명이 보건복지부 장관과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2025학년도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처분에 대해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을 각하했다.
각하는 소송이 요건을 갖추지 못하거나 청구 내용이 판단 대상이 되지 않는 경우 본안을 심리하지 않고 재판을 끝내는 결정이다.
재판부는 "신청인들이 이 사건 각 처분에 관해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법률상 이익을 가진다고 볼 수 없으므로, 신청인들에게 신청인적격을 인정할 수 없다"라며 "신청인들의 이 사건 신청은 부적법하다"고 이유를 밝혔다.
앞서 신청인들은 보건복지부 장관의 2월 6일 자 2025학년도 전국 의과대학 입학정원 2000명 증원 결정처분 및 교육부장관이 지난달 20일 발한 2025학년도 전국 의과대학 입학정원 2000명 증원 결정처분의 효력을 본안 사건 판결 선고일로부터 30일 되는 날까지 정지시켜달라는 내용의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협의회 측은 "이 사건 각 처분에 따른 절차가 계속 진행될 경우 신청인들을 비롯한 국민들에게 금전으로 보상이 불가능한 심각한 손해가 발생할 것이 명백하고, 각 의과대학 입학정원의 증원이 고등학교 수험생들의 입시전형에 반영되면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되므로 긴급한 필요도 존재한다"라며 "신청인들에게 발생할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이 사건 각 처분의 효력은 정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할 필요가 있는지를 따지기에 앞서 신청인 교수들이 문제가 된 장관들의 처분에 대해 집행정지를 신청할 자격 자체가 없다고 판단했다.
먼저 재판부는 행정소송의 원고적격에 관한 대법원 판례를 원용해 "행정소송법 제12조는 '취소소송은 처분 등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는 자가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 행정소송은 행정청의 해당 행정처분이 취소됨으로 인해 법률상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이익을 갖게 되는 사람만이 제기할 수 있고, 단지 간접적이고 사실상의 이해를 갖는 데 지나지 않는 사람은 이를 제기할 수 없는 것이며, 이러한 이치는 그 행정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을 구할 신청인적격이 있는지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라고 전제했다.
이어 "행정처분의 직접 상대방이 아닌 제3자라 하더라도 당해 행정처분으로 인해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을 침해당한 경우에는 그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해 그 당부의 판단을 받을 자격이 있는데, 여기에서 말하는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이라 함은 당해 처분의 근거 법규 및 관련 법규에 의해 보호되는 개별적·직접적·구체적 이익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 사건 각 처분은 피신청인 교육부 장관이 각 대학의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정하기 위한 피신청인들의 일련의 단계적인 행위로, 이 사건 증원 배정처분의 직접 상대방은, 의과대학 입학정원에 관한 증원을 신청하고, 학칙으로 의과대학의 입학정원을 정함에 있어 교육부 장관이 정하는 입학정원에 따라야 하는 의과대학을 보유한 각 '대학의 장'인바, 각 대학의 의과대학 교수인 신청인들이 이 사건 각 처분의 상대방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고등교육법과 같은 법 시행령에서 학생 정원에 대해 대학설립·운영 규정이 정한 교사, 교지, 교원 및 수익용 기본재산에 따라 정해지는 학생 수의 범위에서 모집단위별로 학칙으로 정하도록 하면서, '의과대학의 정원은 교육부 장관이 관계중앙행정기관의 장(보건복지부 장관)과 협의하여 정한 입학정원에 따라야 한다'고 정한 점이나, 위 학칙은 학교의 장이 법령의 범위에서 제정하거나 개정할 수 있도록 규정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그리고 재판부는 이번 정부의 처분으로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증원 배정받지 못한 대학의 교수인 신청인들과, 증원 배정을 받은 대학의 교수인 신청인들을 나눠서 판단했다.
먼저 재판부는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증원 배정받지 못한 대학의 의과대학 교수인 신청인들의 경우, 이 사건 각 처분이 위 신청인들의 교수 지위에 직접적인 법률상 영향을 준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이어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증원 배정받은 대학의 의과대학 교수인 나머지 신청인들의 경우 고등교육법과 같은 법 시행령 등 이 사건 각 처분의 근거법규 내지 관계법규에는 각 대학의 입학정원에 관해 대학 교수의 이익을 배려하도록 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대학 교수에게 현재 배정된 입학정원 내에서만 수업을 진행할 권리를 부여하거나 그러한 법률상 이익을 보호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재판부는 "신청인들이 주장하는 '양질의 전문적인 의학교육을 하기 위해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제한할 권리 또는 이익'은 대학 교수에게 인정하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법률상 이익이라고 볼 수 없으며, 신청인들이 학생들과 전공의들에게 양질의 전문적인 의학교육을 하는데 어려움이 발생하더라도, 이는 각 대학의 교육 여건에 의해 발생되는 불이익으로 간접적이고 사실적인 이해관계에 불과해 각 처분의 취소를 구하거나 집행정지를 신청할 법률상 이익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이번 결정은 의료계가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들 가운데 나온 법원의 첫 판단이다.
한편 이날 법원의 결정이 나온 직후 교수협의회 측을 대리한 이병철 변호사는 입장문을 통해 "제1차 사건 각하 결정은 예상한 바와 같다"라며 "법원은 의대 교수 33인의 원고적격(신청인적격)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각하한 것이며, 처분성은 문제 삼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이번 법원의 결정과 관련 "의대 교수들의 경우 이번 정부의 처분과 관련해 직접적인 법률상 이익을 갖지 않는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인 만큼 정부 처분의 효력을 다투며 교수들이 낸 본안소송도 원고적격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번 집행정지 신청 사건의 경우 성격상 정부 처분의 효력을 다투는 본안소송과 상당 부분 쟁점이 겹칠 수밖에 없는 사안인데, 정부 처분에 대한 법률상 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집행정지 신청이 각하된 만큼, 본안소송에서도 원고적격이 부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 변호사는 "본안소송이나 집행정지 신청의 당사자가 의대 재학생이나 수험생인 사건에서는 법원의 판단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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