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과수산업 경쟁력 제고 대책
2024년산 생육관리 강화·중소과 1만t 시범생산
중장기적으론 생산성 높이고 유통단계 단축 추진
정부가 '금(金)사과' 재발 방지를 위해 2030년까지 수급 안정용 사과 계약재배물량을 3배 이상 늘리고 냉해와 태풍, 폭염 등에 대한 예방시설을 대폭 확충하기로 했다. 당장 2024년산 사과값 불안을 막기 위해서는 선제적 생육관리와 함께 일상 소비용인 '중소과' 1만t을 시범생산해 공급하기로 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일 열린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과수산업 경쟁력 제고 대책(2024~2030년)'을 발표했다.
농식품부는 올해 2월부터 과수산업 발전포럼과 생산자 간담회 등을 12회 개최해 생산자, 소비자, 전문가 등과 함께 다양한 과제를 논의해 왔다. 올해 1월부터 부처 내 개혁추진단을 구성해 이번 대책을 검토·수립했다.
박수진 농식품부 식량정책실장은 "그동안 과수산업은 품질 경쟁력은 높아졌으나 주요 생산국 대비 가격 경쟁력은 낮고, 지난해 재해에 따른 주요 과일 생산 감소에서 드러났듯이 재해 대응 등 기후변화 대비도 미흡한 상황"이라며 "유통 단계가 복잡해 수급이 안정적이지 않을 경우 가격 변동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고, 크기·외관 중심의 재배 관행이 계속되고 있어 이번 대책을 통해 과수산업 정책 패러다임을 '기후변화 대응 강화'와 '소비자 니즈 충족'으로 전환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냉해 특별관리·중소과 시범생산 추진
지난해 봄철 냉해와 여름철 호우·탄저병 등 동시다발적 재해·병해충 피해로 주요 과일 생산량이 30% 내외로 감소했다. 특히 사과 생산량은 2021년 51만6000t, 2022년 56만6000t에서 지난해 39만4000t으로 급감했다. 이 탓에 사과(후지·상품) 10개 소비자가격은 지난해 10월 평균 3만1068원으로, 전년 같은 달(2만3618원)에 비해 31.5% 급등했다. 정부의 대대적인 할인지원 등에 사과 소비자가격은 올 3월 평균 2만7003원으로 낮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지난해 3월보다 18.2% 비싼 상황이다.
농식품부는 지난해와 같은 수급 불안이 반복될 수 있다는 국민들의 우려가 큰 상황에서 소비 비중이 가장 큰 사과를 안정적으로 생산하기 위한 '2024 사과 안심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앞서 정부는 1월부터 생육관리협의체를 구성해 주산지 지방자치단체, 생산자단체 등 협력으로 시기별 위험요인 선제적 예방·관리에 나서고 있다. 이를 통해 냉해 예방약제 보급 및 적기 살포(3~4월)와 과수화상병 궤양 100% 제거(2월), 재해예방시설 조기 설치(3월)를 진행했다. 이에 더해 4월 중 냉해를 특별 관리하고, 이후 가뭄·탄저병 등 시기별 위험요인을 관리하기로 했다.
또 지난해 4만9000t 수준인 사과 계약재배물량을 올해 6만t으로 확대하고, 명절 성수품(3만t) 및 평시(3만t) 수급 관리용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수급 불안 우려 시 계약물량 일부는 거점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에 보관하고, 출하시기와 함께 출하처·용도까지 관리한다. 일상 소비용 공급 확대를 위해 중소과 1만t 시범 생산도 추진한다.
2030년까지 재해예방시설·계약재배 물량 대폭 확대
농식품부는 단기 전략인 '2024 사과 안심 프로젝트'와 함께 2030년까지의 중장기 대응전략도 함께 내놨다. ▲재해·수급 대응 역량 제고 ▲생산기반 확보 및 생산성 제고 ▲유통 구조 효율화 ▲소비자 선택권 다양화 등 4대 핵심전략을 추진해 기후변화에 따른 재배적지 변화, 재해 피해 증가 등 영향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우선 재해·수급 대응 역량 제고를 위해선 재해예방시설 보급률을 2030년까지 30%로 끌어 올린다. 미세살수장치와 방상팬, 비가림 등 냉해 예방시설은 지난해 기준 전체 재배면적의 1.1%에 보급돼 있다. 방풍망 등 태풍 예방시설과 관수관비 등 폭염 예방시설 보급률도 각각 12.2%, 15.7%에 불과하다.
농식품부는 3대 재해 예방시설을 피해면적이 크고 빈도가 높은 20개 위험지역에 우선 보급한다. 여기에는 사과 10개 주산지 중 청송·안동 등 9개소가 포함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상위 20개 위험지역은 면적 기준으로 사과는 65%, 배는 55% 정도가 해당된다"며 "2030년까지 보급률을 30%로 높인 후 이후에도 지속해서 더 넓게 확충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계약재배 확대와 함께 관리방식도 개선한다. 사과 계약재배 물량을 2030년 15만t으로 지난해보다 3배 늘리기로 했다. 배는 지난해 4만2000t에서 올해 4만5000t, 2030년 6만t으로 확대한다. 명절뿐 아니라 평시 수급까지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사과·배 모두 전체 생산량의 30%를 계약재배하겠다는 것이다. 사과의 경우 출하시기 뿐 아니라 보관시설·출하처·용도까지 관리하는 지정출하 방식 도입을 검토하기로 했다.
'노동력 30%↓ 생산성 최대 4배↑' 스마트 과수원 특화단지 조성
농식품부는 생산기반 확보 및 생산성 제고 차원으로 재해예방시설과 공동농기계를 필수 시설로 도입하는 '스마트 과수원 특화단지'를 조성한다. 강원·산간지 등 미래 재배적지를 중심으로 20㏊(20만㎡) 내외의 스마트 과수원 특화단지를 내년 5개소(전체 100㏊), 2030년 60개소(1200㏊) 조성할 예정이다. 농식품부는 가지치기와 꽃 솎기, 제초 등의 기계화에 따라 스마트 과수원의 노동력은 30% 절감되고, 생산성은 최대 4배 증가할 것으로 기대했다.
강원 등 신규 산지를 전략적으로 육성해 2030년까지 정선·양구·홍천·영월·평창 등 강원 5대 산지 면적을 2배 확대하고, 내재해성 신품종 개발·보급, 비용 절감형 재해대응기술 개발 등 생산 안정을 위한 연구개발(R&D)도 강화한다.
직거래 늘려 유통비용 낮추고·신품종 시장 키운다
과수산업의 유통 구조 효율화도 추진한다. 사과의 경우 오프라인 도매시장 비중이 60.5%로 전체 과수(50% 수준)보다 높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 출범한 온라인 도매시장 유통 비중을 15%까지 높여 오프라인 도매시장 비중을 30%로 낮추기로 했다. 이 경우 유통비용률이 62.6%에서 56%로 낮아질 것으로 농식품부는 예상했다. 직거래 확대를 위해선 산지·소비지의 다수 거래주체 조직화를 추진하고, 참여주체에 납품단가 지원 등의 인센티브 지원을 검토하기로 했다.
올해 거점 APC 24개소를 신규 건립하고, 선별·출하시설 확충 등으로 사과 취급물량 비중을 2022년 14%에서 2030년 30%로 확대할 계획이다. 취급물량 확대를 위해 계약재배물량은 거점 APC를 통해 유통한다.
신품종·중소과 시장 확대를 통한 소비자 선택권 다양화도 꾀한다. 노란 사과와 초록 배 등 다양한 신품종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현장 기술지도 강화 및 홍보·마케팅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소비 추세를 반영해 작은 사과 재배도 전체 면적의 5%로 확대한다. 제수용 중심의 크기 규격을 완화하고, 소비자의 관심이 높은 당도 등 품질 관련 표시도 강화한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기후변화는 먼 미래 이야기가 아니고 지금 우리 앞에 직면한 현실"이라며 "전 국민이 국산 과일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올해 생육 관리와 중장기 생산 체계 전환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유통 구조 개선과 소비 트렌드 반영 등을 통해 국산 과일의 경쟁력을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세종=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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