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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인구감소 문제는 인구감소 현상으로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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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늘고 집값 내려가면 해소
출산보조금 등 대증요업으로는 해결힘들어

[시론]인구감소 문제는 인구감소 현상으로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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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식당 이문설렁탕. 1904년 문을 열어 무려 120년간 장사를 했다. 노포, 맛집으로 유명하지만 위기도 겪었다. 전성근 대표는 1970년대 큰 위기가 있었다고 했다. 혼분식 장려운동으로 가게가 몸살을 앓았다. 당시 정부는 국민들에게 쌀이 모자라니 밀, 보리 등 다른 곡식을 먹으라고 했다. 정부 정책 때문에 수요일, 토요일 점심, 설렁탕에 공깃밥 대신 국수를 넣어 팔았다. 손님들이 밥 없는 설렁탕을 외면했다. 그땐 교사들도 매일 학생들 도시락을 열어봤다. 보리 등 잡곡이 들어있는지 검사를 했다. 도시락 맛이 없다고 불평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또 정부는 쌀 증산을 위해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많은 통일벼를 심게 했다. 덜 먹고 더 생산해 1976년 쌀 자급에 성공했다.


요새는 쌀이 남아돈다. 정부는 먹지 못해 남긴 쌀 40만t 정도를 창고에 쌓아 놓고 있다. 오래 묵은 쌀은 사료로 쓸 정도다. 쌀이 남아돌지만 예전에 싫어했던 혼분식을 하는 사람이 많다. 예를 들어 요즘 우리 집 식탁엔 귀리를 넣은 밥이 올라온다. 맛있고, 건강에 좋다고 한다. 원래 귀리는 말 사료로 쓰던 곡식이다. 사람이 먹던 것을 동물이 먹고 동물이 먹던 것을 사람이 먹는다. 지금 생각해도 혼분식장려는 좋은 정책이었다.


반면 통일벼 보급은 아쉬운 감이 있다. 1970년대 초 전국 논을 수놓았던 통일벼는 지금은 찾아볼 수 없다. 통일미는 맛이 없다. 사람들이 먹지 않으니 심지 않는다. 하지만 한동안 통일벼가 전국의 논을 점령해버려 생긴 문제가 있다. 토종 벼들이 사실상 전멸했다. 과거 한반도는 맛있는, 다양한 품종의 쌀이 나는 곳으로 유명했다. 다양한 품종, 종자는 중요한 자원이다. 2020년 기준 밀, 벼 등 글로벌 종자 시장 규모는 449억달러다. 한국을 먹여 살리는 D램 시장 규모가 작년 500억달러 정도였다.


요즘 출산 정책을 보면 나중에 아쉬워할 일이 또 생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작년 저출산 대응 예산이 48조2000억원이었다. 그러나 신생아 숫자는 23만명에 불과했다. 신생아 한 명당 2억원이 넘는 돈을 쓴 셈이다. 돈을 제대로 썼는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국토연구원은 첫째 출산을 결정하는 요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주택 매매·전세가(30.4%)라는 보고서를 냈다. 한국은행은 우리나라 청년(15~39세) 고용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만큼만 올라도 합계 출산율이 0.119 오른다고 본다. 쉽게 말해 집값이 내려가고 좋은 일자리가 많아지면 사람들이 아이를 많이 낳는다.



사실 일자리 문제는 몇 년 지나면 저절로 풀릴 가능성이 크다. 최근 한국고용정보원은 장기 경제성장 전망치(2.1~1.9%)를 달성하려면 2032년까지 추가 인력 89만4000명이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일할 사람은 주는데 일자리가 늘어나면 어떤 일이 생기는지는 이웃 일본이 이미 보여줬다. 일본 기업은 대학생들에게 제발 우리 회사로 와 달라고 빌며 귀찮게 군다. 이른바 오와하라(おわハラ)다. 집값도 인구가 줄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길게 보면 인구감소가 인구감소로 생긴 문제를 해결해 버린다. 출산보조금 같은 대증요법으로 문제를 풀기는 어렵다. 정부가 인구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할 일은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고 집값을 잡는 것이다. 쉽게 말해 원래 해야 할 일을 잘하면 인구문제도 풀린다.




백강녕 디지털콘텐츠매니징에디터 young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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