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 규모 이사회 승인 후 협의
주요 시중은행들이 이번주 이사회를 열고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관련 자율 배상 방침을 확정한다. 이에 따라 1분기 실적에 반영할 배상금 관련 손실 규모는 최소 2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과 SC제일은행은 이번주 임시 이사회를 소집한다. 앞서 금융감독원이 지난 11일 제시한 ELS 손실 배상 관련 분쟁조정 기준안을 바탕으로 각 은행이 추정한 배상 규모 등을 이사회에 보고하고, 이사회는 배상 관련 손실을 충당금 형식으로 1분기 실적에 반영하는 것을 승인한다.
홍콩H지수 ELS 판매 규모가 가장 큰 KB국민은행은 이번주 후반께 이사회를 연다. KB국민은행은 대략적인 배상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 지난 13일부터 2021년 1~7월(홍콩H지수 최고점 전후 기간) 판매한 홍콩H지수 ELS 계좌 8만여개 전수 조사에 돌입했다.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자율 배상을 논의한 뒤 의결할 것으로 보인다.
KB국민은행은 이사회를 거쳐 1분기 실적에 약 1조원의 홍콩H지수 ELS 배상 관련 충당부채를 반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배상 규모는 현재 확정할 수 없지만, 전수조사 등을 통해 2021년 1~7월 판매액을 약 5조2000억원으로 파악했다. 현재까지 손실률은 50% 수준이고, 평균 손실 배상률을 40%로 적용한 결과다.
신한은행도 이번주 후반에 이사회를 열고 ELS 자율 배상을 공식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 21일 사전 간담회를 통해 배상 관련 사항을 이사들이 공유한 상태다. 26일 열리는 신한금융지주 주주총회 일정을 고려하면 오는 27~29일 중 배상안을 확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은 오는 27일, NH농협은행과 SC제일은행은 28일 이사회에서 배상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은 앞서 지난 22일 은행 중 가장 먼저 이사회를 열고 자율 배상을 결의했다. 이번주부터 투자자들과 접촉할 계획이다.
은행권은 경영실적 회계처리, 정무적 판단 등으로 인해 이달 중 이사회 자율 배상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
KB국민은행뿐 아니라 다른 은행들도 손실이 확정된 2021년 1~7월 판매분(2024년 1~7월 만기 도래분)을 중심으로 손실·배상 규모를 계산하면 이들 은행의 올해 1분기 관련 충당금 적립 규모는 최소 2조원으로 추산된다.
이사회에서 결의하면 은행권은 다음달부터 홍콩H지수 ELS 투자로 손실을 본 고객을 대상으로 자율 배상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협의 결과를 바탕으로 은행별 배상위원회를 거쳐 배상 비율이 확정된다. 자율 조정에 실패하면 분쟁조정 또는 소송 단계로 넘어가게 된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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