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오르던 교육비 지출, 지난달 24% 급감
30대 이상 부모 58% "교육비 부담 크다"
아무리 힘들어도 교육에 들어가는 돈 만큼은 쉽게 줄이지 못하는 대한민국. 그런데 한국에서 가계 소비 항목 중 최후의 보루로 여겨지던 교육비 지출이 줄고 있다. 사교육 필요성이 사라진 게 아니라 고물가·고금리 여파로 살림이 빠듯해지자 자녀 교육비마저 포기하는 가구가 늘어난 것이다.
한국의 높은 교육열, 특히 지나친 사교육비 지출은 저출생의 원인이 된다는 지적까지 받을 정도로 사회문제로 여겨졌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가구의 교육비 지출(명목)은 월평균 21만1632원. 전년 동기 대비 3.9% 증가했다.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3.6%)보다 더 높은 증가세를 기록한 것이다.
교육비 지출액이 늘면 부모들이 느끼는 부담은 커진다. 통계청이 발표한 '국민 삶의 질 2023' 보고서에는 학생 자녀가 있는 30세 이상 가구주 중 자녀의 교육비가 가정경제에 부담이 된다고 응답한 비율이 57.7%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자녀를 키우는 집의 절반은 교육비 지출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50대의 10명 중 6명(60.8%)은 자녀의 교육비가 가정 경제에 부담이 된다고 응답했다. 40대(58.4%), 60대 이상(53.2%)도 교육비 부담이 크다고 답했다. 교육비 부담을 느낀다고 답한 30대 부모는 46.1%로 다른 연령대보다 응답률이 낮았는데, 이는 고등·대학생보다 교육비 지출이 적은 미취학 아동·초등학생 저학년 자녀를 둘 시기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달 이례적으로 교육비 지출액이 줄었다는 통계가 나왔다. 지난 18일 BC카드 신금융연구소가 발간한 'ABC 리포트 14호'에 따르면 지난달 교육 분야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24% 감소했다. 최근 4년간(2020년 3월~2024년 2월) 코로나19, 고물가 기조에도 꾸준히 이어오던 매출 증가세가 꺾인 것이다. 지난달 교육 분야에서의 소비가 전년 동월과 비교해 급감한 원인으로는 ▲예체능학원(-31.5%) ▲보습학원(-26.7%) ▲외국어학원(-26.5%)에서 매출 하락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보고서는 고물가 영향으로 가계 소비 심리가 위축되는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난해 2%로 떨어지며 안정세를 나타냈던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지난달 다시 3%대로 올라갔다. 이는 전월(2.8%)보다 0.3%포인트 높은 수치로, 두 달 만에 다시 3%대로 진입한 것이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