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통화신용정책보고서
고금리 충격 면에서 SVB사태, 금융위기와 유사
시스템 리스크 발전 가능성 낮아
미국 상업용 부동산 문제가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국은행이 14일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상업용 부동산(CRE)발 리스크는 부실 규모가 작고, 금융기관과 당국의 대응능력이 개선됐단 점에서 시스템 리스크로 발전할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됐다.
최근 미국 지역은행인 뉴욕커뮤니티은행(NYCB), 일본 아오조라은행, 독일 도이치은행 등 외국은행이 CRE 대출 관련 손실과 추가 충당금 적립을 발표한 가운데, 미국의 위기가 다른 나라로 파급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CRE발 리스크는 고금리 충격이 주요 원인이란 점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2023년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와 유사하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엔 고금리 충격이 부동산 시장을 통해 금융기관 부실을 초래했다. 이후 해외 금융기관에서 유사한 문제가 발생하면서 NYCB와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SVB 사태 역시 지역은행 자산이 국채 등 특정 상품에 집중된 상황에서 고금리가 자산의 부실화를 초래했단 점에서 NYCB와 유사하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교하면 위험 요소는 줄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기관들은 구조화된 파생상품 발행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이에 CRE 대출이 대부분 단순 대출이나 상업용부동산 저당증권(CMBS) 형태로 실행되면서 관련 리스크 평가가 용이해졌다. 또 금융위기 이후 은행 규제가 크게 강화돼 은행들의 자본 건전성이 크게 개선됐다.
SVB 사태와 달리 뱅크런 가능성도 낮다. 중소 지역은행들의 뱅크런이 이어졌던 실리콘밸리은행은 예금의 95%가 스타트업 등 거액의 예금자로부터 조달됐다. 그러나 CRE 리스크가 제기된 NYCB의 경우엔 해당 비율이 30%를 하회한다. SVB 사태 당시 예금자 완전 보호 조치로 예금손실에 대한 우려도 크게 낮아졌다.
통화정책 대응에 대한 기대 측면에서도 다르다. SVB 사태 당시인 2023년 3월엔 연준의 통화 완화적 정책 대응 기대가 낮았지만, 현재는 CRE 대출 부실 확산 조짐이 보일 경우, 연준이 신속하게 대응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다만 보고서는 국내 금융기관과 연기금이 주요국 상업용 부동산에 상당한 금액을 투자한 점을 고려했을 때, 관련 리스크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재현 기자 n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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