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법률컨설팅업체서 2018년 사례 소개
잘하는 일만 하고 적극성·소통능력 제로
참다못한 회사 대안 제시했지만 거부
회사는 해고…부당해고 소송했지만 법원도 인정
자신의 담당업무에만 열정을 보이고 다른 일에는 적극성과 소통, 협력의지가 없이 '지시가 없으면 일도 없다'는 사례가 일본서 화제다.
일본 법률컨설팅업체 ‘벤고시JP’는 지난 12일 2018년 도쿄지방법원이 일본 IT회사가 근로자가 제기한 해고무효소송에서 승소한 사건을 소개했다. A씨는 일본에서 통용되는 이른바 ‘지뢰사원’이었다. 지뢰는 밟으면 터지지만 반대로 밟지 않으면 언제나 지뢰로 남아있어 복지부동, 매너리즘에 빠진 직장인을 말한다.
A씨는 자신이 잘하는 분야에서는 능력을 발휘하지만 잘 못하는 분야에서는 적극성이 없었다. 소통능력도 없었고 다른 직원들과 협력하지도 않았다. 다른 사람의 일을 돕지 않고 인터넷을 보며 시간을 보낼 때도 있었다. 회사는 "일은 주어지는 게 아니라 스스로 찾는 것"이라고 말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예상 밖이었다. A씨는 "적극성이라고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회사가 내 담당 영역의 일을 주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면서 "내 영역에서 업무가 주어지지 않은 이상 하지 않아도 된다. 적극성을 발휘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항변했다.
참다 못한 회사는 결국 해법을 찾아 나섰다. 갑자기 해고를 하면 재판에서 질 수 있다고 판단해 3개월간 업무개선플랜을 실시했다. A씨에게 그간의 여러 문제를 지적하고 3개월만에 개선하지 않으면 해고하겠다고 예고했다. 3개월간 A씨는 변했을까? 아니나 다를까 예전 그대로였다. 회사는 결국 A씨를 불러 "두달치 월급과 재취업지원서비스를 해줄테니 나가라"고 했다. A씨가 거절하자 취업규칙에 근거해 해고했다. 회사에서 추산해보니 입사 8년차인 A씨는 최소 1000일 이상을 지시만 기다리고 시간을 소비했다.
A씨의 해고 취소소송을 심리한 법원도 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지시가 없다고 일하지 않고 불필요한 데 시간을 쓰는 것은 괴팍한 사고방식이다. 회사의 지시에 따르지 않고 대기시간을 함부로 보냈으니 해고의 사유가 된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특히 "A씨는 자신의 문제를 회사의 문제로 돌려세웠고 조직내 기강과 분위기를 해쳤다. 여러 사정을 고려하면 해고는 사회통념상 상당한 근거가 있다"고 했다.
회사관계자는 "8년이나 참았다. 법원은 ‘8년이나 개선되지 않았으니 개선의 여지가 없구나’라고 판단했다고 생각한다"면서 "비록 입사 1년차라고 해도 이 정도 '지뢰사원'이라면 해고될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갑자기 해고할 경우 법원에서 취소할 수 있기 때문에 회사가 취한 것과 같은 몇 달간의 업무개선 플랜을 실시하는 등 차근차근 절차를 밟아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일본 누리꾼들은 "우리 회사에도 똑같은 사람이 있다", "이런 해고는 당연하다", "회사가 관리감독을 포기한 것인가"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 누리꾼은 "대면 판매를 주로 하는데 한 직원이 손님이 없는 곳으로 가서 손님을 맞지 않는다"고 했다. 다른 누리꾼은 "회사의 이익에 공헌하지 않는 직원은 즉시 해고도 좋다고 생각한다"면서 "일본에서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한 해고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특히 젊은층에 많다고 느낀다. 사람도 기업도 치열한 경쟁하에 성장하는 것"이라고 먈했다.
반면에 회사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누리꾼은 "일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찾아내는 것이라는 말은 누구도 할 수 있다"면서 "회사가 1000일 이상 방치한 것이 더 이상하다"고 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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