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연금 쓰지 않고 모은 돈
아들 이름 딴 장학기금 만들어
26년 전 순직한 소방관 아들을 기리며 아버지가 평생 모아온 5억원을 기탁해 아들의 이름으로 장학금을 만들었다.
12일 소방청은 대구 강북소방서에서 '소방 영웅 김기범 장학기금 기탁식'을 열었다. 고(故) 김기범 소방교(당시 26세)는 1998년 경북 지역에 불어닥친 태풍 '예니'로 대구 금호강에서 여중생 3명이 실종됐다는 신고를 받고 인근을 수색했다. 그러나 수색 도중 급류에 휩쓸려 김기범 소방관이 탄 고무보트는 뒤집혔고, 함께 출동했던 김현철 소방교, 이국희 소방위와 순직했다. 이날 기탁식에는 대한전몰군경유족회 군위군지회 회장과 회원, 김기범 소방교와 함께 근무했던 동료들, 고 이국희 소방위의 아들 이기웅 소방령이 자리했다.
김기범 소방관의 아버지 김경수씨(83)는 아들의 이름으로 국가유공자 후손들에게 장학금 주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아들을 잃고 받은 유족 연금을 쓸 수 없다며 한 푼도 쓰지 않고 평생 모았다. 그렇게 모은 5억원을 소방청에 기부했다. 소방청은 이 5억원으로 '소방 영웅 김기범 장학기금'을 만들었다. 매년 순직 소방공무원 자녀와 군위군 대한전몰군경유족회 후손들에게 장학금을 줄 계획이다. 대구소방본부는 훌륭한 뜻에 대한 보답으로 김경수씨를 대구소방본부 명예 소방관으로 위촉했다.
김조일 소방청 차장은 "같은 아픔을 겪은 순직 소방공무원의 유자녀들이 함께 일어설 수 있도록 용기 내 주신 아버님의 숭고한 뜻에 감사드린다"며 "김기범 소방교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조직 차원에서도 노력하겠다"라고 인사했다. 김경수씨는 "아들이 소방관 시험에 합격했던 날이 아직도 생생하다"면서 "한평생을 그리워하며 살았고 아들이 영원히 기억되길 바랐는데 이렇게 아들 이름의 장학금이 마련돼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라고 이야기했다.
구나리 인턴기자 forsythia2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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