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조스, 2년만에 1위 재등극
테슬라의 주가 급등 덕에 세계 1위 부호로 등극했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결국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 의장에게 '최대 갑부' 타이틀을 내줬다. 2021년 고점 대비 반토막 난 테슬라의 주가 하락세 탓이다. 반면 인공지능(AI) 랠리를 견인한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는 세계 20대 갑부에 이름을 올렸다.
5일 블룸버그 억만장자지수 집계에 따르면 이날 베이조스 의장의 순자산가치 총액은 2003억달러(약 267조원)로 머스크 CEO의 순자산가치(약 263조5000억원)를 웃돈다. 베이조스 의장이 블룸버그 억만장자 1위에 오른 것은 2021년 이후 2년 만이다.
머스크 CEO의 순자산은 하루 새 약 176억달러 줄었다. 이날 테슬라의 중국 상하이 공장 1월 출하량이 전년 대비 19% 급감했다는 소식에 주가가 7% 이상 하락하면서 대부분 재산이 테슬라 주식인 머스크 CEO의 자산가치 감소로 이어진 것이다. 연초 대비로도 자산 감소폭은 313억달러에 달한다. 이는 올 들어 베이조스 의장의 순자산이 약 234억달러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머스크 CEO가 9개월여 만에 최대 부호 자리를 빼앗겼다"면서 "최근 아마존과 테슬라의 주가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한때 1420억달러에 달했던 머스크 CEO와 베이조스 의장 간 자산 격차도 쪼그라든 것"이라고 보도했다.
테슬라의 주가는 전기차 수요 둔화 등의 우려로 올 들어서만 이미 24% 이상 하락한 상태다. 2021년 고점 대비로는 반토막 났다. 반면 베이조스 의장이 이끄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의 주가는 2022년 말 84달러선에서 이날 177달러선으로 두 배 이상 상승, 사상 최고치 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다. 온라인 매출 성장세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최고 수준을 보이는 데다, AI 랠리 역시 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베이조스 의장은 아마존 지분 9%를 보유하고 있다.
이와 함께 블룸버그 억만장자 3위는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이 차지했다. 이어 마크 저커버그 메타플랫폼 CEO,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순이었다. 엔비디아의 주가 폭등으로 세계 20대 갑부 등극을 예고해온 황 CEO 역시 순자산가치 약 750억달러로 20위에 이름을 올렸다. 올 들어 황 CEO의 순자산가치 증가폭은 310억달러에 달한다. 이는 20대 부호 중 저커버그 CEO(507억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수준이다.
한편 블룸버그통신은 1위 자리를 내준 머스크 CEO의 자산이 향후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델라웨어 법원은 머스크 CEO가 2018년부터 받은 558억달러 규모의 보상 패키지를 무효로 한다고 판결한 상태다. 앞서 머스크 CEO는 지난 1월 포브스가 집계한 억만장자 순위에서도 LVMH 아르노 회장 일가에게 1위 자리를 빼앗겼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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