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새로 들어올 인턴·전공의 대거 임용 포기
사직 전공의, '임용 발령 통보' 수련교육부 고소
정부의 '면허 정지' 경고에도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는 가운데, 신입 인턴과 전공의 1년 차마저 대거 임용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사직 전공의는 계약하지 않았음에도 임용 발령을 통보한 병원 측을 고소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4일 의료계에 따르면 주요 수련병원에서 이달 1일 자로 새로 들어와야 하는 인턴과 전공의가 대거 임용을 포기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앞서 전공의 1년 차로 임용 예정이었던 인턴은 물론, 인턴 예정이었던 의대 졸업생들의 90% 이상이 임용 포기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전공의와 인턴의 수련 시작일은 통상 '매해 3월1일'이다.
전공의뿐 아니라 전임의마저 임용을 포기하는 모양새다. '전임의'는 전공의 과정을 마치고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뒤 병원에서 세부 진료과목 등을 연구하면서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를 말한다.
전남대병원은 52명 신규 전임의 임용 대상자 중 21명이 최종 임용을 포기했다. 조선대병원도 정원 19명 전임의 중 13명이 임용을 포기하면서 6명만 근무하게 됐다. 대전성모병원도 전임의 7명의 계약 갱신일이 도래했지만, 일부가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전임의 이탈 상황은 병원마다 차이가 있다. 서울대병원 전임의들은 이달 1일 자로 차질 없이 임용됐고, 세브란스병원도 전임의의 큰 이탈 없이 예년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이나 이화의료원, 고대구로병원 등도 전임의의 일부 유출이 있긴 하지만, 아직 크게 우려하거나 혼란을 야기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전했다. 서울아산병원은 아직 전임의들의 재계약 여부가 확정되지 않아 교수들이 지속해서 전임의들을 설득 중이다.
의료 공백이 길어지며 응급실마저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현재 응급실에서 내과계 중환자실(MICU) 환자를 더는 수용할 수 없다고 공지했다. 세브란스병원은 심근경색과 뇌출혈 등 응급환자마저도 부분적으로만 수용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서울성모병원 역시 얼굴을 포함해 단순히 피부가 찢기거나 벌어진 열상 환자의 경우 아예 24시간 응급실 수용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정부가 전공의 1년 차로 임용 예정인 이들을 대상으로 지난달 27일 '진료 유지 명령'을 내린 가운데 전공의들의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다.
가톨릭중앙의료원 인턴 대표였던 류옥하다씨는 4일 취재진에게 메신저를 통해 레지던트 계약을 하지 않았음에도 임용 발령 통보를 한 가톨릭중앙의료원 수련교육부 관계자들을 고소한다고 밝혔다.
그는 병원을 '나치 부역자'와 '친일파'에 비유하며 "보건 의료독재를 일삼는 정부 행태만큼이나, 제가 속했었던 가톨릭중앙의료원 수련교육부의 행태에 실망했다"고 밝혔다. 이어 "변호사와 상담 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방조법과 업무방해죄로 수련교육부를 고소한다"며 "고소 대상은 수련교육팀장과 수련교육팀원 4명"이라고 했다.
류옥씨는 "저는 지난달 29일부로 인턴 계약이 종료됐다. 이후 레지던트 계약을 하지 않았다. 계약을 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임용이 된다는 말인가"며 "그저 자기 위치에서 자기 일을 했을 뿐이라는 이야기는 변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최태원 기자 peaceful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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