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숙희 신임 대법관(55·사법연수원 25기)이 "사회적 편견 때문에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분들의 작은 목소리도 놓치지 않겠다"고 밝혔다.
신 대법관은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2층 중앙홀에서 열린 신임 대법관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아이작 뉴턴이 말했듯이, 만일 제가 좀 더 멀리 볼 수 있다면 이는 거인의 어깨 위에 서 있기 때문일 것이다"라며 "저는 오늘 탁월한 능력으로 많은 성취를 이루신 여러 선배님과 동료 법관들을 떠올린다. 저는 그분들의 노력이 만들어 낸 대한민국 사법부라는 거대한 어깨 위에 이제 막 올라선 작은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신 대법관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제가 쓴 판결들을 검색해 봤다. 8000건가량 됐다"라며 "그 사건들에 담겨 있을 수많은 분들의 희로애락과 그분들의 삶에 큰 영향을 줬을 법관이라는 직업이 갖는 막중한 책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았다"고 말했다.
그는 "샬럿 브론테의 소설 '제인에어'에 나오듯이, 거리의 집들은 겉모습은 비슷해 보여도 집 안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다르다"라며 "그들에게는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으며, 그 이야기 속에는 인간의 열정과 남자, 여자, 아이, 가족, 그리고 '삶'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샬럿 브론테를 비롯한 많은 여성작가들은 사회적 편견 때문에 가명으로 소설을 쓸 수밖에 없었다"라며 "현재도 여전히 사회적 편견 때문에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저는 대법관으로서 이 분들의 작은 목소리도 놓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신 대법관은 "존경하는 고 루스 베이더 긴스버그 전 미국 연방대법관은 '당신이 마음속에 지닌 가치를 위해 싸워라. 그러나 다른 사람들이 당신을 따를 수 있는 방법으로 하라'고 조언했다"라며 "저는 지금까지처럼 대법관으로서도, 많은 사법부 구성원들이 진심으로 동의하고 따를 수 있는 방식과 내용을 늘 고민하고 이를 실천하려 노력하겠다. 그리하여 먼 훗날에는, 지금은 작은 사람에 불과한 저의 어깨 위에도 다른 동료들이 올라서서 좀 더 큰 미래를 바라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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