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상필 신임 대법관(56·사법연수원 23기)이 "실체적 진실 발견과 절차적 정당성의 실현, 그중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엄 대법관은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2층 중앙홀에서 열린 신임 대법관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엄 대법관은 "지난 한 달간 대법관 후보자로서 준비하는 과정에서 확인한 사법부와 법관의 사명, 그리고 주권자의 기대는, 우리가 늘 다짐하고 개선하고 또 노력해 온 방향과 다르지 않았다"라며 "공정하면서도 신속한 재판을 통해 국민의 자유와 기본권을 충실히 보장하는 것, 공동체의 정의 기준을 올바르게 정립하고 선언해 사회통합과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야말로 변치 않을 우리의 소명이자 책무이고 나아가야 할 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유와 권리를 수호하면서도 그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선언하겠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배려하고 보호하는 것이 법원의 임무임을 잊지 않으면서, 공동체와 다수의 이익을 함께 살피겠다"라며 "실체적 진실 발견과 절차적 정당성의 실현, 그중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적 다양성의 증가, 기술 발전 및 세계화의 흐름이 사법부에 던지는 질문을 심사숙고해 적절히 대처하는 데에도 힘을 보태겠다"고 다짐했다.
엄 대법관은 "또한, 우리가 발 딛고 선 땅을 엎드려 살피고, 고개를 높이 들어 어디로 가야 할지 멀리 바라보겠다. 왼쪽과 오른쪽을 빠짐없이 둘러보고, 뒤돌아서서 지금까지 걸어온 길도 세심하게 살피겠다"라며 "눈 덮인 들판에 새로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이 곧 뒷사람의 길이 된다는 것을 명심하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앞서 지난달 말 국회 인사청문회 모두발언에서 강조했던 다산 정약용 선생의 흠흠(欽欽·삼가고 또 삼가는 것)의 마음을 다시 한 번 언급했다.
엄 대법관은 "결코 순탄치만은 않을 이 길을 가는 자세는 스스로 삼가고 또 삼가는 흠흠이어야 한다고 믿는다"라며 "송사를 듣고 다루는 근본은 성의(誠意)에 있음을 가슴 깊이 새겨야 한다. 정성을 다해 분쟁의 본질을 이해해야 하고, 법의 문언이나 논리만을 내세워 시대와 국민이 요구하는 정의 관념을 외면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경험과 시야의 한계를 인정하고 주위에서 지혜를 구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아야 한다"라며 "바로 이것들이, 오늘 시작의 자리에 선 저의 소망이고 다짐이다"라고 밝혔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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