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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투자기업 '비자' 복병]①반도체 美공장 인력수급 급한데…韓 취업비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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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정부 3년간 비자혜택 사실상 전무
삼성 등 현지공장 공장 운영시 협력사 필요
트럼프 당선 시 '비자 리스크' 더 커질 듯

미국에 신규 공장을 짓는 국내 기업들의 현지 인력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의 '아메리카 퍼스트' 기조로 반도체, 이차전지 기업들의 현지 공장 설립은 유례없이 커지고 있는데, 정작 완공 이후엔 인력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는 상황에 부닥치는 것이다. 반도체뿐 아니라 이차전지 등 첨단 공정의 생산 효율을 높이기 위해선 공정을 잘 아는 전문가의 수율 개선 작업이 필수다. 특히 올 연말 미국 대선 이후 자국 우선주의를 기치로 내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현지 투자 압력은 더욱 거셀 것으로 보여 인력 문제는 꼭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美투자기업 '비자' 복병]①반도체 美공장 인력수급 급한데…韓 취업비자 '1%' 삼성전자 텍사스 테일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부지.[사진제공=삼성전자]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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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수급의 가장 큰 걸림돌은 비자 문제다. 생산시설에서 업무를 보기 위해선 취업비자가 필수지만 한국에 발급되는 관련 비자는 턱없이 부족하다. 미국 국무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미국 정부가 전 세계에 발급한 H-1B 비자는 201개국에 20만6002개에 달했다. 이 가운데 한국인에게 발급한 비자는 2140개에 불과했다. 전체의 1.04%다. H-1B는 근로자들이 미국에서 안정적으로 일하기 위한 전문직 취업비자다. 2018~2022년 5개년으로 범위를 넓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국 기업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후 3년간 미국에 555억달러(약 74조원)를 투자한 것을 고려하면 H-1B 비자 발급 혜택은 사실상 전무하다는 게 국내 업계의 평가다.


취업비자 발급이 어려운 건 미국 내 일자리 창출, 반이민 정책 기조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2020년 10월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H-1B 발급을 소득순으로 할당하는 제도를 시행했다. 전문직 학위를 갖췄지만 가난한 해외 이민자들이 미국 고용시장에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비자 문제에 걸린 기업들은 대부분 대기업 협력사들이다. 대기업들은 주재원 비자(L1)를 통해 큰 제약이 없지만 주재원을 두기 어려운 협력사들은 취업비자인 H-1B를 발급받아야 한다.


[美투자기업 '비자' 복병]①반도체 美공장 인력수급 급한데…韓 취업비자 '1%'

협력사 비자 문제는 곧바로 대기업 공장 가동 문제와 직결된다. 제조시설을 지은 후 생산능력과 수율 등 공정 조정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이는 현지에서 인력을 조달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반도체 소재·장비 업체 A사 대표이사는 "대기업 L1 비자 발급 수준으로 협력업체 전문인력 전용 비자 발급을 하지 못하면 미국 법인 현지 공장 기자재 조달, 생산 능력 확보, 제품 성능 제고 등에서 큰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4㎚(㎚·1㎚는 10억분의 1m) 제품 양산을 목표로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달러(약 22조원) 규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테일러 공장은 약 500만㎡(150만평) 규모로 오스틴 공장보다 4배가량 크다. 지난해 10월 삼성전자 오스틴 반도체 생산법인(SAS)이 발표한 경제영향보고서에 따르면 오스틴 캠퍼스 직접고용 인원은 4377명이다.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 건설 근로자만 4600명 이상이다. 향후 직접 고용 인원을 포함하면 인원은 더 늘어난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와 주로 거래하는 이차전지 장비 업체의 경우 자사, 협력사를 포함, 엔지니어 500명 중 20%인 90~100명을 미국에 보낸다. 미국 거래처에 설비를 납품한 뒤 양산 지원까지 통상 1년 이상 걸린다. 협력사 직원들은 상용비자(B1)나 여행비자(ESTA·전자여행허가제)를 발급받고 미국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B1 발급 시 미국 내 체류 기간 90일을 보장받지만 업무 참여에 제한받고, ESTA 비자 발급자는 미국 법인에서 일할 수 없다. 현장에서 일하다 당국에 적발되면 즉시 추방된다. 결국 현지 공장 가동을 위해 위험한 상황을 무릅쓰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협력사 대표는 "B1 체류 기한이 만료된 담당자를 교대하기 힘들 경우 귀국 후 며칠 뒤 재출국하는데 재출국 과정에서 미 공항 출입국 관리소에서 '왜 이리 자주 오느냐'며 강제 귀국시키기도 한다"며 "업계에서는 한 번 입국이 거부되면 영원히 미국에 못 들어간다는 부담을 안고 비자를 신청하고 있다" 전했다.


[美투자기업 '비자' 복병]①반도체 美공장 인력수급 급한데…韓 취업비자 '1%'

미국 비자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한국경제인협회 등 경제단체와 기업들은 미국 정관계 대관 채널을 총동원하고 있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 이후엔 결과에 따라 추진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한경협이 주최한 '글로벌 경제 현안 대응 임원 협의회' 2차 회의에 참석한 대기업 관계자도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 등에게 "미국이 한국인 H-1B 발급을 늘리도록 외교적 노력을 다해달라"고 요청했다. 행사에는 윤영조 삼성전자 부사장, 김경한 포스코 부사장, 신승규 현대자동차 전무 등 기업인 19명이 참석했다.



최성률 카이스트(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삼성전자 테일러시 신설 공장에도 파운드리뿐 아니라 다수 협력사가 함께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협력사 비자 문제 해결은 삼성 파운드리 입장에서도 중요한 문제"라며 "비자 할당량을 어느 나라에 얼마나 늘릴지는 미 정부에서 결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외교 당국이 앞장서서 적극 교섭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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