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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위성정당 선거연합의 해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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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시스템 원리·신뢰 훼손
유권자 표심 기만하는 결과

[시시비비] 위성정당 선거연합의 해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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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당이 오롯이 자기 이름을 내걸고 오는 4월 총선에 나서면 몇 명이나 당선시킬 수 있을까. 지난 두 차례의 선거 결과를 보면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 2020년 총선에서 진보당(당시 민중당)은 지역구와 비례대표에 모두 후보를 냈는데 한 석도 얻지 못하고 원외에 머물렀다. 2022년 대선에는 김재연 후보가 진보당 소속으로 출마했지만 0.11%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 허경영 국가혁명당 대표(0.83%)에도 못 미쳤다.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낙마로 지난해 4월 치러진 전북 전주을 재선거에서 강성희 의원이 당선됐으나 민주당이 ‘재선거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이유로 후보를 내지 않았다는 사실 등의 정치적 여건을 감안하면 온전하게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 2020년 총선 이후로 4년, 2022년 대선 이후로 2년 동안 유권자들의 이념 지형이 드라마틱하게 변모했다고 볼 근거를 찾기도 어렵다.


이랬던 진보당의 입지가 그야말로 상전벽해다. 3% 봉쇄조항을 뚫는 것조차 어려웠던 정당이 선거를 치르기도 전에 민주당과의 위성정당 선거연합으로 비례 3석을 사실상 확보했다. 지역구에서 울산 북구 후보 자리도 따냈으니 총 4석 넘게 가져갈 수도 있다.


진보당이 ▲한미관계 해체 ▲남북간 모든 공동선언 이행 ▲재벌 독점경제 해체 ▲반노동정책 폐기(이상 진보당 강령의 일부) 등을 주장하는 ‘종북 주사파 경기동부 반체제 세력’이므로 원내 입성 자체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할 생각은 없다. 진보당은 통합진보당의 후신인데 통합진보당이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을 계기로 해산됐으니 우리 정치권에 다시는 얼씬도 못 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에도 동의하기 어렵다. 반대쪽 맨 끝에 자리한 어떤 이념이나 정당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사상의 자유와 다양성의 존중이라는 대전제가 이런 생각의 근거임은 당연하다.

[시시비비] 위성정당 선거연합의 해악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연합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진보당 윤희숙 대표, 이 대표, 더불어민주연합 윤영덕 백승아 공동대표, 새진보연합 용혜인 상임대표.(사진=연합뉴스)

그러나 현실적으로 더욱 중요한 근거는 유권자들의 양식, 이 양식을 바탕으로 ‘부적절하다는’ 판단을 내리면 제도권에 함부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만드는 공직선거 시스템에 대한 신뢰다. 그렇다면 중요한 건 어떤 개인이나 정당이 제도권에 진입하느냐 못 하느냐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우리가 합의했고 신뢰하는 시스템에 의한 것인지 여부다. 여기에 기반한 결과라면 진보당 아닌 어떤 세력이 원내에 진입하더라도 일단 인정해야 한다.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이 주도하고 국민의힘이 뒤쫓아간 비례 위성정당 꼼수는 이처럼 안전해야 하는 시스템을 위태롭게 만들고 거대 정당이 눈 딱 감고 치고 나아가면 그 본질까지 훼손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민주당을 포함한 범야권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민주개혁진보연합은 3일 창당대회를 열어 당명을 아예 ‘더불어민주연합’으로 정했다. ‘한미동맹의 발전 및 주요 국가·지역과의 전략적 협력‘을 강령으로 채택한 정당(민주당)이 ’한미관계 해체‘를 강령으로 내세운 정당과 선거 목전에서 별안간 합체하는 모습은 해괴할뿐더러, 결과적으로 표심을 호도할 수 있기에 유권자에 대한 기만이라고 할 수 있다.



유럽 내각제 국가들의 선거연합을 근거로 든다면 궤변이다. 정당명부 비례제를 기반으로 하는 이들 국가는 비례성이 너무 높아 정치가 불안해지는 역사적 경험을 바탕으로 연합정부라는 고유의 방식을 고안한 것이므로 권력구조와 정당체계가 전혀 다른 우리나라에 가져다 붙이는 건 위험하다. 이 해악을 누가 어떻게 감당하고 책임져야 하겠는가.




김효진 전략기획팀장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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