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오늘까지 돌아오면 선처"
의사들 "의대 증원·필수의료 패키지 중단해야"
전공의들이 의과대학 증원에 반대하며 병원을 떠나면서 현장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이른바 ‘빅5’로 불리는 대형 병원들도 응급 환자를 가려서 받는 실정이다. 이날 대한의사협회(의협)이 서울 여의도공원 인근에서 의사 2만 명을 모으겠다며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연합뉴스는 3일 수술 축소로 암 환자 수술이 연기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부 전공의들의 복귀 소식이 나오지만, 아직 체감하기는 힘든 수준이란 분위기다. 각 병원은 전공의의 업무 공백이 장기화한 데 따라 수술과 진료를 줄이는 비상진료체계를 지속해서 가동하면서 이들의 복귀와 전임의들의 추가 이탈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른바 '빅5'로 불리는 상급종합병원은 아직 전공의들의 복귀 움직임은 없는 상황이다. 이들 병원은 이미 수술을 50% 가까이 줄이면서 신규 환자의 입원과 외래 진료를 대폭 축소했다. 응급실과 중환자실은 교수와 전임의 등을 활용해 최대한 가동한다는 입장이지만 녹록지 않다.
정부가 3일까지 복귀하는 전공의는 최대한 선처하겠다며 다시금 돌아오라고 강조했지만, 수만 명의 의사는 서울 여의도에 운집해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규탄하는 목소리를 높여 의료계의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중앙응급의료센터 종합상황판을 보면, 서울아산병원은 현재 응급실에서 내과계 중환자실(MICU) 환자를 더는 수용할 수 없다고 공지했다. 세브란스병원은 심근경색과 뇌출혈 등 응급환자마저도 부분적으로만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간호의 업무범위를 조정 시범사업 계획 발표
서울성모병원도 얼굴을 포함해 단순히 피부가 찢기거나 벌어진 열상 환자의 경우 아예 24시간 응급실 수용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병원 측은 현 상황이 지속하면 수술과 진료는 지금보다 더 줄어들고, 환자들의 대기 시간도 2∼3배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도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7일 전공의 이탈로 인한 진료 공백에 대응하고자 간호사의 업무범위를 조정하는 시범사업 계획을 발표하고 즉시 시작했다. 전국 수련병원장은 간호사의 숙련도와 자격 등에 따라 업무 범위를 새롭게 설정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병원장은 내부 위원회를 구성하고 간호부서장과 반드시 협의해야 한다.
서울성모병원은 진료 과목별 부족한 인력을 파악하고, 간호부에 협조를 요청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진료 보조(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진료 차질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을 뜻한다.
앞서 대형 병원 원장들이 집단행동으로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에게 메시지를 보내며 복귀를 호소했다. 박승일 서울아산병원장은 1일 소속 전공의들에게 "여러분을 의지하고 있는 환자분들을 고민의 최우선에 두기를 간곡히 부탁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화성 가톨릭대학교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도 이날 가톨릭중앙의료원 산하 병원 전공의들에게 "기관의 책임자로서 미안한 마음과 함께 당부한다. 그동안 지켜왔던 우리의 소명과 우리를 믿고 의지해 왔던 환자분들을 생각해 속히 각자 의료 현장으로 복귀해 줄 것을 간곡히 부탁한다"고 요청했다.
메시지는 서울성모병원, 여의도성모병원, 의정부성모병원, 부천성모병원, 은평성모병원, 인천성모병원, 성빈센트병원, 대전성모병원 등 가톨릭중앙의료원 산하 8개 병원 전공의에게 e-메일과 문자로 전달됐다.
한편, 이날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서울 여의대로 인근에서 '의대 정원 증원 및 필수 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 총궐기대회'를 열고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을 강하게 규탄했다.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은 "정부가 의사의 노력을 무시하고 오히려 탄압하려 든다면 강력한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은하 기자 galaxy65657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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