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의대생 증원 반대’ 전공의 집단사직, 4가지 법적 쟁점은…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1분 45초
언론사 홈 구독 뉴스듣기 글자크기

정부가 23일 의대생 증원에 반대하며 집단 사직한 전공의 가운데 근무지 이탈이 확인된 6000여명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했다.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에도 전공의들이 현장으로 복귀하지 않으면 추가로 강제이행명령을 내리고 이어서 의사면허 정지, 고발 등의 조치를 순차적으로 취할 계획이다. 의사들의 파업 등 집단행동과 정부의 업무개시명령 발령이 처음은 아니다.


‘의대생 증원 반대’ 전공의 집단사직, 4가지 법적 쟁점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AD

하지만 현 정부는 그 어느 때보다 ‘엄정 대응’ 방침을 강조하면서 의사들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질 수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전공의들이 면허정지·취소처분 등이 나올 것을 대비해 대형로펌에 자문과 송무를 의뢰하려고 했지만 대다수 로펌에서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주요 법적 쟁점은 네 가지다.


‘의대생 증원 반대’ 전공의 집단사직, 4가지 법적 쟁점은… [이미지출처=법률신문]

의료법 위반 ‘정당한 사유’ 여부


전공의 집단 사직이 의료법 위반이 되려면 법률이 규정한 ‘정당한 사유’로 볼 수 있는지 여부가 관건이다.


의료법 제15조 1항에 따르면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개설자는 진료나 조기출산 요청을 받으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지 못한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의사 증원 반대라는 공통적인 목적과 전국적인 단체행동 등을 고려할 때 ‘동맹휴업’이나 ‘집단사직’이 진료거부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또다른 변호사는 “정당한 사유란 본인이 아팠다거나 중차대한 일신상 사유가 있는 등 상식선에서 납득 가능한 수준이면 된다”며 “자유 의지로 사직한 것을 진료거부로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업무상과실치사상죄 적용 가능 여부


정당한 사유의 사직이 아니라면 이후 진료지연, 부실진료 등으로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형사 책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럴 경우 피해자는 의사와 병원을 고소하고, 검찰은 집단 사직과 의료사고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한 뒤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로 기소할 수 있다.


로펌의 한 변호사는 “업무상과실치사로 기소를 할 수는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유죄가 나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실제 형사처벌보다는 의사들을 압박할 수단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손해배상책임 여부


민사 소송이 뒤따를 가능성도 있다.


법원은 의사들의 파업으로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 후유증이 생긴 환자와 가족에게 병원이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린 적이 있다.


2005년 대구지법은 의료파업으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서 언어장애와 간질 등 후유증이 생긴 A군과 가족이 경북 포항시 B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A군과 가족에게 5억5000만원을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내렸다. 당시 재판부는 “병원 측은 A군이 병원에 도착했을 당시 구체적인 검사를 통해 응급치료를 해야 했음에도 이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의사를 동행시키지 않은 채 A군을 2시간 정도 거리인 다른 병원으로 옮기도록 해 수술시기를 놓치게 한 과실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의사 출신인 박호균(50·사법연수원 35기) 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 대표변호사는 “법을 엄격하게 적용할 경우 집단행동을 주도한 의사들의 경우 법적 책임을 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수술 등에서 보조 역할인 전공의가 집단으로 사직해도 병원에는 전문의가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전공의 부재로 인해 손해가 발생했다는 점을 입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행정처분 현실화


권용진 서울대학교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는 2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전공의 선생님들께’로 시작하는 글에서 “정부가 23일 오전 8시를 기해 보건의료재난 경보단계를 위기 최고단계인 ‘심각’으로 끌어올리면서 행정처분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권 교수는 “정상적인 절차를 밟지 않고 사직서 제출 후 바로 병원에서 나갔다는 점이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다”며 “현 상황은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은 상태인 만큼 ‘근무지 무단이탈’에 해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행정처분은 기록에 남아 향후 의업을 그만둘 때까지 따라다닌다. 국내 의사 면허를 가지고 해외에 취업하려는 경우 서류에 ‘의료법에 의한 행정처분’이 남아 치명적인 제약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이순규 법률신문 기자


※이 기사는 법률신문에서 제공받은 콘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