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물량 확보로 식료품 할인
유통단계 축소해 최대 반값 구현
대형마트 업계가 e커머스 기업들에 뺏긴 고객 발길을 되돌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형마트의 무기인 식료품(그로서리)에 대한 초저가 정책으로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나선 것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다음 달 핵심 식품으로 계란, 시금치, 컵밥을 선정하고 최대 반값 할인 판매에 돌입한다. 계란은 30구 대란 한판을 33% 저렴하게 팔고, 시금치 1단 가격은 50% 낮췄다. CJ컵밥 3종은 정상가 대비 50~56% 할인한다. 이마트는 이 밖에도 국내산 계육을 바싹하게 튀긴 '두 마리 옛날 통닭'을 1만원이 안 되는 가격에 선보일 방침이다.
앞서 이마트는 올해 1월부터 월별로 먹거리 3종을 선정해 한 달 내내 초저가 가격을 유지해오고 있다. 1월에는 삼겹살·대파·호빵을, 2월엔 소불고기·양파·만두에 삼겹살에 더했다. 이마트 측은 "올해 새롭게 내놓은 가격 정책 '가격파격 선언'이 고객의 실질적인 장바구니 부담을 낮추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면서 "한 달 내내 상시 최저가 수준으로 인기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고객 혜택을 극대화했다는 평가다"라고 했다.
롯데마트도 오는 29일부터 핫플라이스 상품으로 삼겹살과 목살을 선정하고 식품 가격 전쟁에 돌입한다. 핫플라이스는 매주 품목을 선정해 초저가로 판매하는 프로젝트로 이주는 '삼삼데이'에 맞춰 삼겹살과 목심을 선정했다는 게 롯데마트 측 설명이다. 롯데마트는 다음 달 3일까지 국내산 한돈 삼겹살과 목살을 50% 할인해 100g당 1400원도 안 되는 가격에 판매한다. 또 모듬쌈, 파채 등 삼겹살과 함께 즐기기 좋은 먹거리 상품에 대해 할인 또는 1+1 혜택을 제공한다.
홈플러스는 '물가안정 프로젝트' 일환으로 다음 달 창립 27주년 기념 대규모 할인 행사를 펼친다. 먹거리를 최대 70% 할인해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물가 부담을 덜겠다고 한다. 대표 상품으로는 딸기, 삼겹살과 목살, 옛날통닭, 대란 등으로 모든 5000원이 채 안 되는 가격에 구입이 가능하다. 홈플러스는 또 가공식품과 간식류에 대해 1+1 또는 프로모션 혜택을 예고했다.
대형마트가 식료품에 대해 초저가 정책을 지속할 수 있는 비결은 물량 확보에 있다. 사전 계약과 대량 매입, 산지 다변화로 물량을 최대한 확보해 낮은 가격에 판매하는 방식이다. 또 직접 상품화 작업을 진행, 유통단계를 축소한 것도 초저가를 구현하는 데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대형마트가 이같이 초저가 정책을 앞세워 먹거리 판매란 본업 경쟁력 강화에 나선 것은 e커머스 업계의 성장과 연관이 있다. 과거 생활필수품이나 공산품, 패션잡화 등 다루던 e커머스 업체들이 최근 식품으로까지 취급 범위를 확대하면서 대형마트는 고객들의 장바구니를 내주기 시작했다.
이 같은 현상은 실적으로도 확인된다. 지난해 대형마트 1위인 이마트는 e커머스 업계 '강자' 쿠팡에 철저하게 눌렸다. 매출은 직전해 대비 2.1% 감소하면서 16조5500억원으로 쿠팡(31조8298억원) 절반 수준으로, 영업이익은 1880억원으로 쿠팡(6174억원)의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대형마트가 초저가 정책에 나선 배경으로, 결국 본업을 강화해 e커머스 업계에 빼앗긴 고객을 되찾아오겠다는 것이다.
대형마트의 초저가 전략은 일단 효과를 보는 모양새다. 이마트는 지난달 선보인 가격 역주행 상품은 출시 후 2주 만에 기획 물량의 31%가 판매된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역시 초저가를 앞세운 식료품 판매가 순조롭다고 한다. 업계 관계자는 "초저가 정책이 고물가 시대에 고객의 장바구니 부담을 낮추며 순항 중이다"며 "파격적인 가격은 물론 상품성에서도 만족감을 드리고자 품질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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