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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박수치며 떠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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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박수치며 떠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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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은 소비자들의 단골 불매운동 대상 기업이다. 2013년 대리점 갑질 논란을 시작으로 코로나19 불가리스 사태, 창업주 외손녀 마약 스캔들까지…. 소비자는 이 회사를 ‘나쁜 기업’이라 낙인찍고 크게 10년 동안 세 가지 방법으로 불매운동에 참여했다. 절대 안 사는 소비자, 특가 세일을 하면 사는 소비자, 초코에몽 같이 대체불가한 상품만 마지못해 사는 소비자.


그런 ‘남양유업 불매운동의 역사’에도 변화 기운이 감지된다. 지난달 말 이 회사 최대주주가 PEF(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한앤코)로 바뀌면서다. 소비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남양유업 불매 운동을 중단해도 될지’ 묻거나, 남양유업 아이스크림 전문 매장인 백미당에 오랜만에 들렀다는 인증 글도 올린다. 이런 변화의 분위기는 남양유업 제품을 사지 말자는 심리의 기저에 ‘회사’나 ‘제품’이 아닌 ‘사람’이 있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오랜 불매 운동의 영향으로 남양유업은 18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경쟁사인 매일유업이 저출산 위기 속에서도 매년 600~800억원대 영업이익을 달성하는 것과 대비된다. 1964년 고 홍두영 명예회장이 창업한 이래 유업계 절대강자로 군림하던 남양유업의 비참한 현주소는 결국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지 못한 최대주주의 책임에서 이유를 찾을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창업주의 아들이자 지금의 위기를 자초한 홍원식 회장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 회사 내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홍 회장은 최대주주 지위를 한앤코에게 내준 이후에도 매일 강남 사옥으로 출근한다고 한다. 소비자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회장 자리를 내려놓기는커녕 한앤코에 ‘고문’ 자리를 달라며 버티고 있다. 이에 한앤코는 각종 가처분 신청을 통해 홍 회장의 몽니를 꺾으려고 하지만, 이대로라면 남양유업 경영 정상화는 4월에나 첫 걸음을 뗄 수 있다.



쌓여가는 영업손실과 기나긴 경영권 분쟁 때문에 오너가에 충심이 깊던 중견 임원들조차 홍 회장의 퇴진을 바라고 있다. '박수 칠 때 떠나라'고 하기에도 때는 이미 너무 늦었다. 다시 돌아오는 소비자들을 바라보며 홍 회장이 결심해야 할 것은 회사 발전을 기원하는 박수를 쳐주며 용퇴하는 일이다. '나쁜기업'으로 낙인찍혀 고통받아온 남양유업 직원과 대리점주들을 위해 그만 몽니를 거둬야 한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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