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출생아 수 8년 연속 감소
"향후 6년이 마지막 기회"
한국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가운데 옆 나라 일본 또한 저출산 신기록을 경신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일본 후생노동성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일본의 출생아 수가 8년 연속 감소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일본에서 태어난 아기는 75만8631명으로 전년 대비 5.1% 감소했다. 이는 일본이 1899년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일본 연간 출생아 수는 제2차 베이비붐 시기인 1971~1974년대에 약 210만명을 기록하며 정점을 찍은 뒤 줄곧 감소 추세다. 일본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는 출생아 수가 76만명 아래로 떨어지는 해를 2035년으로 전망했지만, 실제 출산율 감소 속도가 예상을 웃돌면서 12년 앞당겨졌다.
혼인 건수 감소도 출산율 감소를 부추기고 있다. 지난해 혼인 건수는 전년 대비 5.9% 감소한 48만9281건으로 90년 만에 처음으로 50만건을 하회했다. 신문은 일본이 특유의 가부장적 전통과 가족 가치관 때문에 혼외 출산이 드물다며, 혼인 건수 감소가 출생아 감소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신문은 또 많은 일본의 청년들이 암울한 취업 전망, 급여보다 빠른 속도로 상승하는 물가, 일과 가정의 양립을 가로막는 기업 문화로 인해 결혼과 출산을 주저하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전했다. 이어 아이들을 귀찮은 존재로 여기는 분위기가 점점 확대되고 있으며, 많은 젊은 부모들이 고립감을 느끼고 있는 점도 저출산의 원인이라고 짚었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내각 관방장관은 27일 기자들에게 현재 진행 중인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젊은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하는 2030년대까지 남은 앞으로의 6년이 지금과 같은 추세를 반전시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라며 "낭비할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도 일본의 저출산 문제를 두고 "일본이 직면한 가장 큰 위기"라고 말했다. 지난 22일에는 아동수당 확충과 고등교육비 부담 경감책 등을 담은 연 3조6000억엔 규모의 '어린이 미래 전략'을 마련했다. 이에 전문가들이 일본 정부가 지금까지 기혼자 및 자녀 계획이 있는 사람들에게만 초점을 맞추고, 결혼과 출산을 꺼리는 청년 세대를 위한 대책에는 미흡했다는 점을 지적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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