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해도구로 지목된 '35cm 쇠파이프'에 대해서는 "고양이 놀이용 금속막대였다"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대형 로펌 출신 현모씨 측이 피해자의 시신에서 발견된 '경부 압박' 흔적에 대해 인정했다. 일반적으로 목을 졸랐을 때 남는 흔적이다. 그러면서도 "피해자를 살해할 의도는 없었다"고 부인했다.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판사 허경무) 심리로 열린 두 번째 공판에서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된 현씨의 변호인은 "피고인(현씨)의 행위로 피해자가 사망에 이른 점은 인정하지만, 살해하려는 의도를 갖고 사망케 한 것만은 결코 아니다"며 "본건은 우발적 치사사건으로 봐야지, 피고인이 죽일 의도를 갖고 벌인 사건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 현씨 측이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씨 측 변호사의 '살해 의도는 없었다'는 주장을 펼치자 현장에 있던 피해자 유족들이 울부짖으며 항의하기도 했다.
현씨는 지난해 12월3일 오후 7시께 서울 종로구 사직동 아파트에서 이혼 소송을 제기한 후 별거 중이던 아내의 머리 등을 수차례 둔기로 내려치고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집에 찾아온 아내와 이혼 문제 등으로 말다툼하던 중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살인의 고의성 여부는 피고인에 대한 형량을 판단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요인이다. 범행에 사용된 도구나 피해자에 대한 부검 결과 등이 이를 판단하는 데 참고할 근거가 된다. 검찰은 현씨가 아내를 살해하면서 '길이 35cm, 지름 2.5cm의 쇠파이프'를 이용해 "피해자의 이마와 머리 등을 수차례 힘껏 가격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하지만 현씨측 변호인은 이날 범행 도구인 '쇠파이프'를 "자녀들이 함께 사용하던 고양이 놀이용 금속막대"라고 주장했다.
또 검찰이 판단한 피해자의 직접적인 사망 요인은 '저혈량 쇼크 및 경부 압박에 의한 질식'이다. 이는 흔히 목을 졸라 사망한 경우 남는 흔적인데, 유족 측은 이를 근거로 현씨가 '의도적 살인'을 저질렀다고 주장한다. 검찰은 혈흔 분석 보고서와 부검 감정서 등에 기초한 법의학 자문, 현씨에 대한 통합 심리 분석 결과 등을 고려할 때 고의로 아내를 살해한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현씨 측은 '경부 압박이 있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살해 행위에 고의성은 없었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현씨는 국내 대형 로펌 소속 변호사였으나, 사건 발생 직후 퇴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씨의 부친은 검사 출신의 전직 다선 국회의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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