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5' 병원 소속 교수, 유튜브 채널에 투고
"지방에 환자 없는데 누가 적자 내며 가나"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수도권 '빅5'(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 병원 소속의 한 교수가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은 "현실성이 없다"면서 국민이 의대 증원에 찬성하는 것은 "의사의 높은 수입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27일 현직 안과의사이자 전 서울백병원 이동익 교수가 운영하는 채널 ‘유튜브가 낳은 의대교수였던-유나으리’에는 이른바 '빅5' 상급종합병원 소속으로 밝힌 교수 A씨가 투고한 내용이 공개됐다. A씨는 "국민들이 밥그릇 싸움으로만 생각하고 너무 안 좋게 생각하시기에 이야기하기로 했다"며 "정부는 지방에 소아청소년과와 산부인과가 없는 게 문제라고 하지만, 이건 의사가 잘못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제 막 공부한 의사가 시골 가서 적자 보겠나"
A씨는 "왜 지방에 소아과와 산부인과가 없냐면, 지방에 사람이 없어서 그렇다. 출산율이 낮아지니까 소아 환자도 없고 임산부가 없다. 환자도 없다"며 "(정부는) 의사를 늘리면 환자가 없는 지방에 가서 누군가는 소아과나 산부인과를 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 가정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병원을 운영하려면 하루 40명 이상의 환자를 봐야 하는데, 지방 소도시에는 환자가 적어 적자를 보는 구조라는 것이다.
그는 "훌륭한 기업가가 적자 날 것을 감안하고, 지방에 병원을 세우는 경우도 있긴 하다"면서도 "의사가 이제 공부해서 나왔는데, 마이너스 될 것을 생각하고 시골에다 소아과, 산부인과를 개원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지방의 환자가 적은 곳에서는 병원을 유지할 수 있는 확률이 거의 0%이기 때문에 아무도 그곳에 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국민 76% '의대 증원 긍정적'…"의사 수입 때문"
국민 여론이 의대 증원 찬성 기류인 것에 대해서는 "'어쨌든 의사가 돈을 많이 벌어서, 지방과 관계없이 좀 돈을 덜 벌었으면 좋겠어. 그래서 의사를 많이 뽑으면 좋겠어', 이게 여러 국민들의 생각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3~15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긍정적인 점이 더 많다’는 응답이 76%, ‘부정적인 점이 더 많다’는 16%로 나타난 바 있다.
A씨는 또 “국민들이 건강보험료를 앞으로 10년, 20년 있다가 낼 것을 생각하고 (의사 증원에) 동의하는지 궁금하다”며 의료비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한의사협회도 의대 증원의 반대 이유 중 하나로 의료비를 꼽고 있다. 의료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의사 수와 병상 수인데, 의대 정원이 2000명 증가하면 오는 2040년엔 의료비가 35조원 더 많아져, 국민 1인당 매달 6만원을 더 부담하게 된다는 것이다.
다만 정부는 의대 정원 2000명 확대를 고수하고 있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은 부족한 의사 수를 채우기 위한 최소한의 규모"라며 "의료 개혁은 협상이나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이날부터 전공의 이탈에 따른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진료 지원인력 시범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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