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최대 주방·욕실 전시회 'KBIS 2024' 가보니
27일(현지시간) 오전 9시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북미 최대 욕실·주방 전시회인 'KBIS 2024' 개막일인 이날 오전부터 LG전자 부스는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등 LG 프리미엄 빌트인 가전 라인업을 직접 살펴보려는 방문객들로 북적였다. LG전자는 이번 전시회에서 1022제곱미터(㎡) 규모로 제너럴 일렉트릭(GE)에 이어 가장 큰 부스를 마련했다. 개막 직후부터 건설업계 종사자, 인테리어 전문가, 주방 디자이너 등이 찾으면서 LG전자 부스는 발 디딜 틈 없이 꽉 찼다. LG전자를 비롯해 이번 전시회에 참여한 글로벌 가전업체들은 에너지 고효율 제품과 스마트홈의 미래도 대거 선보이며 방문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LG전자 부스, 개막 직후부터 북적 …프리미엄 가전 앞세워 B2B 공략 강화
LG전자 부스에서 가장 이목을 끈 곳은 주방 가전 라인업인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전시존이었다. 이날 오전 10시 이 공간에서 진행된 쿠킹쇼에서 오스틴 강 셰프와 닉 리치 셰프는 스테이크, 통닭을 재료로 한 요리와 함께 LG전자 주방 가전 기능을 선보이며 방문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셰프들이 선보인 주요 기능 중 하나는 오븐 내부의 카메라가 식재료를 파악해 다양한 맞춤형 레시피를 추천하는 '고메 인공지능(AI)' 기술이었다.
닉 리치 셰프는 준비한 통닭을 오븐에 넣고 문을 닫은 뒤 방문객들에게 "오븐 내부의 카메라가 저장된 메뉴를 바탕으로 음식을 자동으로 인식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오븐 내 LCD 화면에 추천 메뉴가 표시됐다. 그는 "80가지의 자동 조리 가이드가 있으며 지시를 따르기만 하면 된다"며 "오븐이 재료를 인식해 자동 조리 메뉴를 제안하고, 통닭을 만들 경우 시간과 온도가 자동으로 설정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요리가 쉬워진다"고 덧붙였다.
LG전자 부스 전시장에 참여한 한 미국 딜러는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전시존이 LG 부스에서 가장 멋지다(awesome)"라며 "인덕션, 가스레인지, 수비드 기능을 결합한 제품이 인상적"이라고 평가했다.
LG전자는 미국 내 프리미엄 가전 성공을 바탕으로 멕시코 시장에도 제품 출시를 검토중이다. LG전자 관계자는 "미국 뿐 아니라 멕시코에 프리미엄 주방 가전 라인업인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G전자 부스 방문객들은 주방 외에도 욕실, 런드리룸 등 맞춤형 패키지로 구성된 LG전자 전시존을 꼼꼼히 둘러봤다. LG전자는 이번 전시에서 욕실 솔루션을 처음 선보인 데 이어 미국 현지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올인원 세탁건조기 '워시콤보', 프리미엄 정수 가습기 '하이드로타워' 등을 공개했다. LG전자는 이 같은 맞춤형 패키지를 주택 또는 상업용 건물 등을 짓는 건축업자에게 제공해 기업간거래(B2B)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 이를 통해 북미 프리미엄 가전 시장 입지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LG전자는 '제로 레이버 홈(Zero Labor Home·가사노동 없는 집)'을 콘셉트로 AI 기반의 스마트홈 미래 모습도 선보였다. 전시장에 설치된 대형 디스플레이에는 가사생활 도우미 역할을 하는 스마트홈 AI 에이전트가 등장했다. 스마트홈 AI 에이전트는 영상 속에서 홈트레이닝 중인 사용자에게 세탁 종료를 알리고 고객이 바로 이동하기 어려운 경우 '종료 후 세탁물 케어' 코스 사용을 제안해 방치된 세탁물의 구김을 줄일 수 있도록 도왔다. LG전자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전략적 협력을 통해 스마트홈 AI 에이전트가 사용자와 보다 원활하게 소통하도록 개발할 예정이다.
글로벌 가전업체, 에너지 고효율 제품 선봬…스마트홈 미래도 주목
글로벌 가전 브랜드들은 에너지 효율 기술을 적용한 고효율 가전 제품과 스마트홈의 미래 모습을 선보였다.
GE는 미국 스마트홈 기업인 서번트와 협력해 에너지 절감 시스템인 'GE 어플라이언스 에코 밸런스 시스템'을 공개했다. 지붕 위에 설치한 태양광으로 에너지를 생성, 저장하고 정전 시 저장된 에너지로 집에서 필요한 전력을 소화하는 모습을 시연했다. 전기차 충전 장면도 연출해 보여줬다. 이 같은 GE 에너지 솔루션은 애플리케이션으로 통합 케어할 수 있도록 했다. GE의 시스템은 에너지 효율이 높은 냉장고, 식기세척기, 조리기기, 히트펌프 세탁건조기, 히트펌프 HVAC 시스템, 히트펌프 온수기, 인버터, 배터리 및 전기차 충전기와 태양광 패널 및 발전기 등에 적용된다.
월풀도 단열 기술 '슬림테크'를 적용한 냉장고를 선보였다. 앞서 월풀은 올초 'CES 2024'에서 북미 시장 냉장고 최초로 진공 단열 구조(VIS) 기술인 슬림테크 단열재를 공개했다. 이 단열재를 적용하면 벽 두께를 최대 66%까지 줄여 냉장고 내부 용량을 최대 25% 더 늘릴 수 있다. 단열벽 두께를 늘리면 열전도도가 줄어 냉장고 에너지 효율성을 최대 50% 향상하는 게 가능하다.
LG전자 역시 에너지 효율 제품을 전시했다. 인버터 히트펌프가 적용된 워시콤보는 한 번의 조작으로 세탁부터 건조까지 완료하는 올인원 세탁건조기다. 사용 편의성이 뛰어나고, 탄소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게 특징이다. 함께 전시된 듀얼 인버터 히트펌프 온수기는 외부 공기로부터 제품 동작에 필요한 70% 이상의 에너지를 얻는다. LG전자의 핵심 부품 기술력인 '코어테크'가 반영돼 실제 사용하는 전기량은 기존 히터 방식 온수기의 30% 이하다.
스마트홈의 미래도 전시회 트렌드 중 하나다. LG전자 제로 레이버 홈 외에도 중국 메이디는 자체 스마트홈 플랫폼인 '스마트 홈' 기능을 공개했다. 이 플랫폼은 세탁기 코스를 인식하고 가장 적합한 건조 프로그램을 제공하거나 가정 내 에너지 사용량 모니터링을 통한 에너지 절약 팁을 제공한다.
럭셔리 가전도 눈길…모노그램 갤러리 북적
이번 전시회에서는 프리미엄 가전 라인업을 꾸린 부스일수록 방문객들의 발길이 잦았다. 전통적인 프리미엄 브랜드인 모노그램은 '모노그램 갤러리'를 꾸며 럭셔리 가전의 정수를 보여줬다. 와인셀러, 쿡탑, 오븐, 냉장고 등을 프렌치 스타일의 가구, 그림 등과 접목해 꾸민 모노그램 부스에는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모노그램 부스를 방문한 한 미국 주방 디자이너는 "럭셔리한 느낌의 모노그램 부스가 전시회에서 가장 인상적"이라고 평했다.
소형 주택을 겨냥한 보급형 빌트인 가전 제품도 이목을 끌었다. 중국 하이얼의 경우 소형 주택을 겨냥해 콤팩트한 가전 디자인을 살리면서도 내부 공간을 최대한 확보한 패키지를 선보였다. 하이얼 관계자는 "소형 아파트를 겨냥해 주방 규모는 작지만 공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실용적인 디자인의 부스를 꾸렸다"며 "냉장고, 오븐, 식기 건조기 모두 내부 공간을 최대한 확대했다. 와인셀러도 겉보기에는 작지만 44병의 와인이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KBIS는 주방·욕실 분야의 북미 최대 박람회다. 500여 개의 글로벌 주요 가전업체들이 참가해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신제품과 솔루션을 전시한다. 삼성전자는 올해 전시회에서 부스 규모를 지난해 대비 대폭 축소했다.
라스베이거스=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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