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美 마이크론 '만년 3위'로 폄훼할 수 있나](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24022811151078740_1709086510.jpg)
‘만년 3위의 반격이 시작됐다.’
메모리 반도체 3위 기업인 미국 마이크론이 고대역폭메모리(HBM) 5세대 제품인 HBM3E 양산에 돌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시장은 술렁였다. HBM 후발주자였던 마이크론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앞서 미국 엔비디아에 HBM 신제품을 먼저 공급한다고 밝혔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이같은 소식에 "큰 시장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적잖이 놀란 모습이다. HBM 시장에서 한 자릿수 점유율이라는 미미한 위치에 있던 마이크론이 세대를 건너뛰어 HBM 최신 제품을 양산하자 그 배경을 살피느라 분주했을 정도다.
시장 역시 마이크론 행보에 큰 반응을 보였다. 마이크론 주가는 26일(현지시간) 하루에만 4.02% 뛰었으며 다음날에도 2.67% 상승했다. SK하이닉스 주가가 HBM 경쟁 심화 우려로 27일 4.94% 하락한 것과 정반대다.
마이크론 뉴스에서 가장 주목을 끄는 부분은 관련 보도자료에 공급처로 엔비디아가 명시됐다는 점이다. 반도체 업계에선 고객사를 밝히지 않는 게 관행이다. 이를 따르지 않았다는 것은 큰 의미 부여가 가능하다. 더군다나 엔비디아는 막강한 고객사이다 보니 삼성전자, SK하이닉스조차 거래를 하고 있음에도 마음 편히 업체명을 밝히지 못한다. 마이크론이 엔비디아를 구체적으로 언급했다는 것은 그만큼 이번 제품 출시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엔비디아는 HBM 업계 가장 큰 수요를 담당하고 있으며 엔비디아에 HBM을 얼마나 공급했느냐에 따라 제조사 실적과 점유율 희비가 갈릴 수 있다.
물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에서 90% 넘는 점유율을 자랑하는 강자다. 양사 모두 HBM 생산능력을 늘리는 등 적극적으로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 당장의 마이크론 행보가 시장 판세를 뒤집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다만 영원한 강자는 없다는 반도체 업계 문법을 생각해보면 마이크론의 점유율이 낮다는 이유로 위험 신호를 애써 무시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은 태도다. 마이크론이 올해 수억달러에 이르는 HBM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며 시장에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긴장감을 갖고 HBM 기술력을 높이는 데 매진해야 한다.
김평화 기자 peac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