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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기회비용과 지대추구행위 관점의 의사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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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제한된 경우 발생한 수입 지대
의사면허는 법률이 허용한 독과점
정부 역할은 과도하면 메스 가해야

[논단]기회비용과 지대추구행위 관점의 의사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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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도 좋은 곳에서 태어나야 제값 받는다. 월드컵 보러 카타르로 간 한 아르헨티나 의사가 팔자 고친 이야기가 있다. 의료 아르바이트생이 된 그를 눈여겨본 병원 주인이 취업을 제안했다. 집과 승용차를 제공하고 월급도 약 2000만원을 주겠다고 했다. 아르헨티나에선 1년 동안 의사로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이니 고민할 필요가 없어 카타르에 눌러앉았다.


2024년 대한민국에서 의대 정원 확대가 뜨거운 논쟁이 되고 있다. 필수과(기피과)에서 일하는 의사와 지방에서 일하는 의사를 늘리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안에는 4개 사안이 있다. 의료인력 확충, 지역의료 강화, 의료사고에 대비한 안전망 확충, (필수의료 수가는 올리고, 비급여 진료 가격은 내리는) 공정 보상이다. 의료 시장이 실패했다면 정부 정책 개입은 정당화된다. 물론 방향성이 맞다 해도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 정부는 발생할 정책 실패에 제대로 대비해야 한다.


의사 증원이슈를 경제학적 관점에서 살펴보면 어떨까?

경제학에서 공급이 제한된 경우에 발생하는 수입을 지대라 한다. 가수 임영웅이나 축구선수 손홍민은 대체 불가능하기에 완전한 의미의 지대추구가 가능하다. 몸값은 시장이 결정하나 인기가 많으면 부르는 게 돈이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선두인 엔비디아의 4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 3배 증가한 221억 달러였다.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점유율은 약 80%에 달한다. 높은 영업이익률은 경제적 해자를 지닌 엔비디아 같은 기업의 미덕이다. 그 덕에 구글과 아마존을 제치고 미국 시가총액 3위 기업 몸값을 차지한 엔비디아를 누가 나무랄까?


돈벌이에 몰린 인기 과목 의사들의 고가 의료행위가 의사 수의 부족에 따른 거라면 지대 추구행위 사례가 된다. 의사면허는 혁신이라 불리는 창조적 파괴의 대가가 아닌 법률이 준 독과점에 불과하다. 과하면 메스를 가해야 한다. 국민의 생명을 다루기에 의사 면허가 부여돼야 하나 적정 규모는 국민 정서 일반에 비춰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과도한 지대는 사회적 후생을 늘리기 위해 줄이는 게 정부 역할이다. 경제학에서는 이익집단들이 정부의 각종 인·허가권을 비호하기 위해 정책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일체 행위를 규탄한다.


다음으로 기회비용 관점이다. 기회비용은 어떤 선택했을 때 포기한 것의 최고 가치를 말한다. 시장에 돈 잘 버는 것을 추구하는 의사 되려는 학생만 가득하다고 하자. 국내 최고의 과학기술 인재를 길러내는 서울대 이공계열과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학업을 중도 포기한 학생이 상당하다는 뉴스는 연례행사가 되었다. 그들은 의사 혹은 약사로의 삶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의 훌륭한 미래 인재는 의사가 아니라 과학자여야 한다. 이공계 이탈자를 줄이기 위해 말로만 과학기술 육성과 인재 양성의 중요성을 외칠 게 아니다. 2차 대전과 냉전 시기를 거치며 세계대학의 주도권은 미국의 연구중심대학에 넘어갔다. 그들이 창출하는 지식과 기술은 국가안보를 넘어 실리콘 밸리로 대변되는 경제혁신을 낳았다. 우수한 대학이 국가발전의 원동력이 된 것이다.


의대로 가서 직업 불안이 없어야 한다는 게 학부모의 절박한 심정이라면 우리 사회가 치러야 하는 기회비용은 막대하다. 혹자는 의대 입학 문이 넓어지면 의대 입시에 재도전하는 대학 재학생 수가 늘어날 수 있다고 한다.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의사 정원수를 늘리는 게 국민과 국가가 치를 미래 기회비용을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의대 쏠림으로 인한 사회적 기회비용을 낮추는 건 출산의 기회비용을 줄여 인구를 늘리는 것만큼 중요하다.


조원경 UNIST 교수·글로벌산학협력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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