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1차 세미나
금융당국이 코스피·코스닥 전 상장사 2400여곳을 대상으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매년 자율 공시하도록 하는 내용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초안을 공개했다. 정부는 기업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기업가치 우수 기업으로 구성된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개발하고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도 만들기로 했다. 26일 밸류업 주제로 열린 토론회 참석자들은 방안의 취지와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기업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려면 세제 혜택과 같은 보다 실효성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밸류업 대상 국내 증시 상장사 전체…거래소 9월까지 코리아 밸류업 지수 개발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 등 유관기관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1차 세미나'를 열고 이런 내용의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 정책을 발표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금융위 업무보고에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등을 통해 투자자 친화적인 증시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대상은 국내 증시 상장사 전체로, 2023년 말 기준 국내 증시에 상장된 기업은 코스피 809사, 코스닥 1584사다. 기업들은 자본비용·자본수익성·시장평가 중 당사에 가장 적합한 지표를 활용해 자체 평가를 한 후 3년 이상의 중장기 목표와 계획을 수립한다. 마련한 계획은 연 1회 자사 홈페이지에 공표하고 거래소에도 자율 공시한다.
당국은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5종 세정지원인 △모범납세자 선정 우대 △연구개발(R&D) 세액공제 사전심사 우대 △법인세 공제·감면 컨설팅 우대 △부가·법인세 경정청구 우대 △가업승계 컨설팅도 제공한다. 기업들이 기대했던 법인세 감면이나 배당소득세율 인하, 분리과세 등의 세제 혜택은 빠졌다.
거래소는 오는 9월까지 '기업가치 우수 기업'을 중심으로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개발해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가 벤치마크(BM) 지수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연말까지 해당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TF도 출시한다. 올 상반기 가이드라인을 개정해 기관투자가의 행동지침인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적극적 의결권 행사)'에도 관련 노력을 반영하게 한다. 기존 거래소 정보데이터 시스템에 흩어져 있는 정보를 모아 시장별·업종별 주가순자산비율(PBR)·주가수익비율(PER)·자기자본이익률(ROE) 등 주요 투자지표도 비교 제공한다.
금융위는 오는 5월 중 1차 가이드라인에 대한 기업 의견을 수렴해 6월까지 최종안을 확정한다. 올 하반기부터 준비된 기업부터 제도 이행이 가능하도록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인센티브도 마련한다.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을 중장기 과제로 지속 추진하기 위해 전담부서 설립 및 홈페이지 구축 등도 병행한다.
기업 참여가 관건…세제 혜택 등 과감한 인센티브 제공해야
금융위는 이날 한국거래소 등 유관기관과 함께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관련 토론회를 개최했다. 참석자들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안착하려면 기업, 정부, 기관 등의 적극적인 이행 노력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삼성자산운용 김두남 상무는 "상장기업 스스로 기업 특성에 맞는 계획을 수립·공표·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코리아 밸류업 지수 개발과 이를 통한 ETF 상장,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들의 활용은 안정적 투자수요 확보라는 측면에서 기업들에게 좋은 인센티브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사례와 시사점에 대해 주제발표를 한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이 일본 사례의 벤치마크를 넘어, 세제 혜택 등 과감한 인센티브, 스튜어드십 코드 반영 등 차별점까지 포함해 보다 실효성 있는 방안이 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효섭 실장은 "기업의 중장기적인 기업가치 향상이 이번 프로그램의 핵심"이라며 "일본 실증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PBR 1 미만 기업을 맹목적으로 투자하기보다 중장기 수익성·성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투자 판단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지수도 일본과 달리, 현재 저PBR 종목도 포함될 수 있어 기업들에 좋은 인센티브가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저평가 소기업의 참여도 중요하므로 세제 지원 등 적극적인 인센티브 제공과 거래소의 지속적인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등기임원의 보수를 기업가치 제고 성과와 연계시켜 기업이 적극적으로 기업 가치 제고 프로그램을 이행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동섭 국민연금공단 수탁자책임실장은 "권한과 책임 있는 이사회와 더불어 이사회 산하의 경영·보상위원회 등에서 직접 밸류업 프로그램을 만들고 적극적으로 관여해야 한다"며 "등기 임원의 보수를 기업가치 제고 성과와 연계시켜 지속적인 이행도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기업가치 개선 계획 마련할 때 사외이사가 적극 관여해 특정 주주가 아닌 전체 주주 이익 대변되도록 해야 한다"며 "지속적인 이행을 위해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뿐만 아니라 개인투자자 역시 기업을 모니터링하고 (이행을) 요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준서 동국대 교수는 보다 효과적인 주주환원책으로 자사주 매입 시 발행 주식 수가 아닌 유통주식 수 기준으로 시가총액을 산정하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준서 교수는 "PBR에 따른 상속세·증여세 감면, 기관투자자 등의 장기투자 인센티브 부여, 기업 유휴자금 최소화 등을 위한 정책도 중요할 것"이라고 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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