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사업규모 8조원에 이르는 차세대 구축함 사업 입찰을 앞두고 국내 최대 조선업체인 HD현대중공업이 중대기로에 서게 됐다. HD현대중공업은 앞서 보안사고로 이유로 제재를 받고 있는데, 입찰 참가 제한 여부를 따지는 심사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차세대 구축함 입찰에 참여하지 못할 경우 내년부턴 일감이 끊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방사청은 27일 계약심의위원회를 열어 지난 2014년 발생한 보안사고를 이유로 제재를 받은 HD현대중공업의 입찰 참가 제한 여부를 논의한다.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은 군사기밀 탐지·수집, 누설로 인한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지난해 11월 유죄가 최종 확정됐다. 이들은 2012년 10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3년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작성한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관련 자료 등 군사기밀을 8차례 넘게 빼낸 것으로 드러났다.
방사청 심의의 핵심은 방위사업 입찰 시 HD현대중공업이 제출한 ‘청렴서약서’에 반한 결과가 판결문에 적시됐는지 여부다. 청렴서약서 작성자는 ‘임직원 및 대표이사’로 한정돼 있다. 방사청은 윗선의 조직적 지시가 있는지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접적인 청렴서약서 작성 대상이 아니어도 HD현대중공업의 임원의 지시가 있었다면 방산업체 지정 취소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입찰 제한 조치가 현실화하면 HD현대중공업의 방산 부문에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KDDX사업은 2030년까지 7조8000억원을 들여 6000t급 미니 이지스함 6척 실전 배치를 목표로 하는 사업이다. 규모가 큰 KDDX 사업은 물론 3~5년간으로 예상되는 입찰 제한 조치 기간 동안 방산 사업은 일감 구하기가 어려워진다. 회사 관계자는 "일각에선 여전히 회사의 특수선 분야 수주 잔량이 많다고 주장하지만 이미 건조가 대부분 이뤄져 내년부터는 독(선박 건조 공간)이 대부분 빌 것"이라고 말했다.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의 연 매출은 1조원, 고용인원은 1700명 정도다.
KDDX 사업은 개념설계→기본설계→상세설계 및 초도함 건조→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된다. 해당 사업에서 개념설계는 한화오션이,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수주했다. HD현대중공업이 제재를 받을 경우 기본설계를 수주한 성과가 무용지물이 되는 셈이다.HD현대중공업은 해당 군사 기밀 유출 혐의로 방사청 입찰에서 1.8점 보안 감점 페널티를 받고 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우리 내부의 잘못은 분명하지만 이미 해당 혐의로 3년간 보안사고 감점(1.8점) 제재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소수점 이하 점수 차이로 입찰 성공 여부가 가려지는 상황에서 입찰 참가까지 제한하는 것은 과도한 제재로 이중 처벌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선 군사기밀 유출이 중범죄에 해당하는 만큼, 입찰 제한 등 제대로 된 처벌을 내려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특수선 사업은 민간 기업의 이익뿐만 아니라 국가 방위와 연결돼 있다"며 "일벌백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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