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수생 추정치, 비율 줄었지만 규모는 8만명
"반수할 거면 조용히 하라" 불만도 나와
3월 본격 대학 개강을 앞둔 가운데, 2025년 의대 증원으로 반수를 결심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 가운데, 개강 전 여러 행사를 치러야 하는 재학생과 신입생은 불편한 상황에 최대한 차분하게 대응하고 있다.
최근 대학생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반수를 결심한 신입생들이 시간표를 짜는데 의견을 구하는 글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일부 수험생은 '학고 반수'를 고민하는 듯 조언을 구했다. 학고 반수란 대학을 등록만 해놓고 다니지 않으면서 '학사 경고'를 받고 수능을 준비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 과 행사에 참석할지 여부에 대해서 논하기도 했다.

아울러 수험생 커뮤니티 수만휘를 비롯해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학교에 마음을 못 붙이는 새내기의 고민 글이 적지 않게 올라온다. 서울 한 상위권 대학 신입생은 "반수 할 건데 새환회(새내기 환영회)에 가도 괜찮냐"라고 물었다. 이 글에는 "마음 흔들릴 것 같은데 굳이 가지 마라', "제대로 반수 할 거면 지금부터 (공부) 달려라"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일부 재학생은 "반수 실패하면 돌아올 수도 있으니 행사에는 가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반수 하는 대학생 매년 늘어나는 추세에 대학가는 '난감'

대학 캠퍼스에서 수능을 준비하는 반수생은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종로학원이 수능에 응시한 '졸업생 등'의 규모와 그해 6월 모의평가 응시자 수를 비교해 분석한 결과를 보면, 반수생 수는 2020학년도 6만8188명에서 지난해 8만1898명으로 증가했다. 이는 최근 5년 새 최고치다.
특히, 재수생과 반수생 규모는 2022학년도 통합 수능이 도입된 후로부터 더 늘어나고 있다. 선택과목 간 유불리 발생 등으로 피해를 봤다고 생각하는 수험생들이 늘었고 의대 및 상위권 대학에 많은 학생이 몰리면서 반수 열풍이 불었다는 설명이다.
대학가에 반수생이 워낙 많다 보니 학교에 적응하려는 신입생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생겼다. 일부 학생들은 "반수 할 거면 조용히 하라"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반수생을 이른바 '솜씻너' 친구로 부르는 것이 한 사례다. 솜씻너는'솜사탕을 씻어 먹는 너구리'를 줄인 말이다. 이 말은 친구로 둬봤자 물에 씻긴 솜사탕처럼 사라지는 허탈한 상황을 비유할 때 쓴다. 한 대학 새내기가 커뮤니티에 "반수 할 건데 새환회에서 친구 만들면 실례냐"고 쓴 글에서 "솜씻너 될 것 같다", "반수 할 사람이랑은 솜씻너 될까 봐 안 친해지고 싶다"는 댓글이 달렸다.
대학 개강부터 반수를 준비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새내기 맞이 행사를 주관하는 학생회도 난감한 상황이다. 서울 한 대학의 학생회 관계자는 "새터(새내기 배움터)나 MT 같은 행사는 예상 인원에 맞춰 숙소 등을 준비하는데, 저조한 참여율이나 반수 이탈 때문에 비용을 낭비하게 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서울 다른 대학의 한 과 대표 또한 "신입생이 약 80명인데 새터 신청이 절반에도 못 미쳐서 놀랐다"며 "반수 분위기에 대학 행사 참여율이 전반적으로 떨어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정부 의대 증원 발표에 '학원가 의대 열풍'…의대반 개설도 늘어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에 반발한 수련·전공의들이 집단행동에 돌입하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지만, 학원가에는 의대반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이에 서울 주요 학원가를 비롯해, 지역 학원가에선 의대반을 신설해 운영하는 학원이 늘었다.
특히, 지난해 인원 미달로 의대반을 운영하지 못했던 재수학원은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에 힘입어 의대반을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능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는 중·고등부 학원생, 학부모들 위주로 의대 입시 관련 문의도 늘었다.
지역 학원 관계자는 "최근 들어 학부모, 학원생으로부터 의대 관련 상담 문의가 많아졌다. 지난해와 비교해 2배가량 늘어난 것 같다"며 "현재 의대 지원을 할 수 없는 성적이라도 증원 이후에는 합격선이 낮아지면서 가능하지 않겠냐는 생각에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반면, 다시 수능을 봐야 하는 재수생들이나, 입학했더라도 의대 진학을 목표로 다시 수능을 준비하는 반수생들의 경우 수도권의 대형·기숙학원으로 몰리고 있다. 서울의 한 사립 공대 신입생 A씨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의대 정원이 2000명 늘어 반수를 결심해 학원을 알아보고 있다"며 "합격한 학교에 등록은 해뒀지만, 과 생활은 전혀 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방의대에 합격한 B씨 또한 "서울에 있는 의대에 진학하기 위해 다시 수능을 준비하고 있다"며 "동기 중에도 비슷한 처지인 사람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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