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生死 위협, 정당화 안 돼"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집단사직한 전공의들을 향해 현장 복귀를 호소한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가 "의사들도 파업하거나 의사표시를 할 수 있다"면서도 "우리나라에는 다른 나라와 달리 행정명령이 있기 때문에 법의 한계를 잘 알았으면 한다"고 권고했다. 정부가 의료 파업에 강경 대응 의사를 밝힌 만큼 전공의들이 피해받지 않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권 교수는 26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저는 의사이지만 의료법학을 전공한 법학자이기도 하다"며 "전공의 선생님들이 여러 법률 자문을 받으신 것 같긴 하지만 제도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아 변호사들의 자문이 정확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그는 "자문만 믿고 본인들이 나중에 겪을 일에 대해 판단하지는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라며 "판단의 정보를 잘 제공해주는 것이 선배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전공의들이 파업으로 피해 볼 가능성이 없다면 집단사직이 정당한가'라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권 교수는 "윤리적인 관점에서 봐도 환자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한다"며 "환자들에게 불편은 줄 수 있어도, 생사의 위협을 주는 그런 행동은 어떤 형태로도 정당화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전공의 파업으로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면 법정 최고형까지 갈 수 있다'고 경고한 정부를 향해서도 "MZ(밀레니얼+Z세대) 전공의들은 권위적이고 강압적이라고 느낄 것"이라고 비판했다. 권 교수는 "의사들의 기본권을 제한할 때 '공익을 위해 기본권을 제한받을 수 있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저희는 법을 집행하는 것'이라고 설득하고 이해시켜야 한다"며 "MZ세대인 전공의들에게 '너네 나가면 행정명령한다', '법정 최고형 줄 수 있다' 이러면 그 과정이 어떻든 권위적이고 강압적이라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지난 2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진정으로 투쟁하고 싶다면 병원으로 돌아와 대안을 갖고 정부와 대화하라"고 말한 바 있다. 정부가 같은 날 오전 보건의료재난 경보단계를 위기 최고단계인 '심각'으로 끌어올렸기 때문에 행정처분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다. 권 교수는 "위기단계 격상은 정부가 상당한 수준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근거가 되므로 강력한 행정처분을 빠르게 집행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행정처분은 기록에 남아 향후 의업을 그만둘 때까지 따라다니게 된다"고 말했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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