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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라한 100주년"..동네잔치 전락한 유럽 최대 모터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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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만에 스위스 개최 제네바 모터쇼
참여 완성차 업체 단 6곳 뿐
전시업체 수도 이전 행사 대비 1/6 수준
전 세계적인 모터쇼 축소 분위기
자국 완성차 브랜드 없는 제네바 '직격탄'

올해로 100주년을 맞은 제네바 모터쇼가 26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팔렉스포에서 개막했다. 코로나 이후 자국에서 5년 만에 열린 행사였지만 ‘유럽 최대 자동차 쇼’라는 명성과 달리 흥행엔 실패했다. 참가 업체 수는 6분의 1 수준으로 줄었고 주요 완성차 업체는 모두 불참했다. 자국 완성차 브랜드가 없는 제네바는 ‘모터쇼의 몰락’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남게 됐다.


제네바 국제모터쇼 조직위원회(GIMS)에 따르면 올해 행사에 참여한 완성차 업체는 르노, 다시아, MG, BYD, 이스즈, 루시드 등 6곳이다. 코로나 이전 2019년 행사에 메르세데스 벤츠, BMW, 렉서스, 닛산 등 35개 사 이상의 완성차 업체가 참여했던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라인업이다. 완성차를 포함한 전체 참가 업체 수도 2019년에는 184개 사였으나 올해는 29개 사에 그쳤다.


"초라한 100주년"..동네잔치 전락한 유럽 최대 모터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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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바 모터쇼는 코로나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지정학적 위기 등을 이유로 2020년 이후 4년간 행사를 취소했다. 대신 지난해에 카타르 도하로 장소를 옮겨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자동차 수요가 있는 곳으로 개최지를 옮기겠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5년 만에 돌아온 스위스에서는 부진을 넘어 존립까지 위태로운 상황이다. 지난해 주최 측은 직접 부스를 디자인해주고 대여비를 낮추면서까지 업체들을 유치하려 했으나 결국 설득에 실패했다.


업계에선 제네바 모터쇼 몰락이 예고된 수순이라는 평가다. '북미 최대'라는 디트로이트 모터쇼가 쪼그라들고 독일 자동차 산업을 대표하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도 개최지를 옮기는 등 거대한 흐름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드웨어(기계)가 주도하던 자동차 산업은 소프트웨어와 융합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전자·IT 박람회 CES는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거친 이후에도 변함없이 흥행을 거두는 게 단적인 예다. 행사의 주제를 가전에서 IT, 모빌리티 분야까지 차츰 넓히며 모든 신기술 아우르는 박람회로 거듭났다.


새로운 디자인, 엔진 성능만을 자랑하는 모터쇼는 이제 더이상 소비자의 흥미를 끌 수 없다. 게다가 완성차 업체들은 브랜드의 디자인, 제품 성능을 겨루는 경쟁의 장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평소 자동차 업계에서 만나기 어려운 반도체,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네트워크를 넓히고 새로운 비즈니스를 논의하기 위해 행사에 참여하는 경우도 많다. 이 같은 트렌드를 반영해 서울·도쿄모터쇼는 모빌리티쇼로 이름을 바꿨다.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는 개최지를 뮌헨으로 옮겨 IAA 모빌리티로 새롭게 명명했다. 우주, 항공, 선박 등 모든 이동 수단을 아우르는 새로운 전시 행사로 콘셉트를 확장하겠다는 전략에서다.


또 다른 이유는 모터쇼의 비용 대비 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이다. 소비자들의 정보 취득 경로가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최신 정보를 얻기 위해 반드시 오프라인 행사에 참석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유튜브를 비롯한 각종 온라인 채널에 정보가 널려 있다. 코로나를 계기로 온라인 채널의 위력을 실감한 완성차 업체들은 온라인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온라인 홍보는 오프라인과 비교하면 가성비도 좋다.


"초라한 100주년"..동네잔치 전락한 유럽 최대 모터쇼 2019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네바 모터쇼 현장[사진=제네바모터쇼 조직위원회]

마지막으로 제네바 모터쇼의 경우 자국 완성차 브랜드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약점으로 꼽힌다. 과거 제조사들이 모터쇼를 자신의 기술과 제품을 겨루는 경쟁의 장으로 인식했을 때는 제네바의 중립국 이미지가 오히려 행사의 위상을 높여줬다. 유럽, 미국, 일본, 한국 등 어느 한 곳에 치우치지 않고 모든 국가의 브랜드를 골고루 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었다. 하지만 최근 모터쇼는 권역별로 운영되는 추세다. 중국 완성차 업체의 기술력·제품을 보고 싶으면 상하이 모터쇼로, 일본 업체의 전략 방향을 알고 싶으면 도쿄모빌리티쇼를 찾으면 된다. 이는 곧 모터쇼의 운영이 자국 브랜드의 도움 없이는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과거엔 모터쇼를 통해 경쟁업체와의 기술적 우위를 내세우는 시대였다면 이제는 자사만의 브랜드 가치, 제품 경쟁력을 독자적인 행사를 통해 전달하는 방향으로 브랜드 홍보 트렌드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우수연 기자 yes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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