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전남대·고려대 의과대학 졸업식
무서운 분위기 속 히포크라테스 선서
의대 증원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이 병원 이탈이라는 집단행동에 들어간 지 나흘째인 23일 전남대와 고려대가 의과대학 졸업식을 진행했다. 새내기 의사들을 향한 사과와 당부로 채워진 시간이었다.
졸업생 122명을 배출한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학위수여식에서 정영도 의과대학장은 "졸업생과 학부모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축사를 시작했다. 필수 의료와 지역 의료, 의사 수에 관해 선배 의사들이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새내기 의사가 무거운 마음으로 첫발을 내딛는 사태에 대한 사과였다. 또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 거듭 사과했다.
정신 전남대병원장 역시 "학장님께서도 언급하셨지만 수년 전 필수 의료 부족 논의가 시작됐을 때 의료계에서 발 빠르게 합리적인 분석과 해법을 선제적으로 제시했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후회했다.
이번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인턴으로 전남대병원에 입사키로 했던 수련의 101명 중 85% 남짓에 해당하는 86명은 임용을 포기했다.
고려대 의과대학 제82회 학위수여식에서는 윤을식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이 112명의 졸업생을 향해 "그 어느 때보다 혼란스러운 격변의 시기지만 생명의 가치를 지켜나가는 의사로서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며 "아프고 어려운 이들을 돕고자 의대에 지원했던 초심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장일태 의과대학 교우회장은 "치킨게임처럼 갈등이 증폭되고 있고 일반 국민들은 우리를 포퓰리즘과 집단 이기주의에 빠진 집단으로 보고 있다. 우리는 항상 따가운 시선을 받으면서 어려운 의료 환경 속에서 대한민국을 지켜왔다"고 주장하면서 "대화와 협치, 수없는 노력을 통해 국민들이 원하고 우리가 납득할 수 있는 결론이 날 것이라 믿는다"고 희망했다.
전남대와 고려대 모두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히포크라테스 선서로 양심과 위엄으로서 의술을 베풀고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 번째로 생각할 것을 맹세했다.
정부에 따르면 22일 기준 전공의 수 상위 100여개 병원에서 총 8900여명의 전공의가 사직서를 냈으며 그중 7800여명이 근무지를 이탈했다.
보건복지부는 의사면허 정지·취소를 거론하며 근무지를 이탈한 의사들의 현장 복귀를 압박하고 있다. 업무개시명령을 위반하면 의료법 제66조에 따라 면허 자격정지 처분이 내려지거나 제88조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혹은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김은하 기자 galaxy65657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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