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과격한 발언 두고 논란
의대증원 두고 감정 쏟아내
엘리트·선민의식에 비판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정책에 대한 의료계의 반발이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일부 의사들의 격앙된 발언이 반감을 사고 있다. 의료계가 감정을 추스르고 정제된 언어로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의료계 인사들의 '실언'이 온라인상에 퍼지면서 '역풍'도 거세지고 있다. 일례로 좌훈정 서울시의사회 정책이사는 22일 서울시의사회가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개최한 제2차 '의대 정원 증원·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궐기대회'에서 정부 정책을 비판하면서 "환자가 죽으면 정부 때문"이라고 말해 논란이 불거졌다.
좌 이사는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을 향해 "우리가 언제 의대 정원을 늘리자고 동의했나. 당신 말대로라면 데이트 몇 번 했다고 성폭력을 해도 된다는 말과 같은 것"이라며 "내가 피를 보고, 나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날이 있어도 네 옷을 벗길 것"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지난 21일 MBC '100분 토론'에 의사 측 토론자로 나선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은 "지역의사제로 성적이 크게 떨어지는 인재를 뽑을 수밖에 없다"며 "그 지역 인재를 80% 뽑아봐라. 지역에 있다고 해서 의대를 반 성적 20~30등 하는 데도 가고, 의무 근무도 시키고 (하는걸) 국민이 원하겠나"라고 말해 '엘리트주의'라는 비판을 받았다.
주수호 대한의사협회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22일 브리핑을 하면서 의사와 환자, 정부를 폭력가정에 비유했다. 그는 의사는 ‘매 맞는 아내’로, 환자는 ‘자식’으로, 정부는 ‘폭력적 남편’으로 묘사했다. 40세에 개원한 의사들의 2억8000만원이라는 수입이 비난을 받아야 할 정도로 많은 연봉이냐고도 했다. "아주 급하면 외국 의사를 수입하든가 하라"는 말까지 했다.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의대 증원을 비판하며 "지방에 부족한 건 민도"라고 했다가 논란이 커지자 "지역민을 비하하고자 한 글이 절대로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그런가 하면 위중한 환자의 생명을 보장할 수 없다는 듯한 취지의 발언도 나와 논란이 커졌다. 지난 15일 서울시의사회가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개최한 또 다른 궐기대회에선 한 전공의가 "의사가 환자를 두고 어떻게 병원을 떠나느냐 하시겠지만, 제가 없으면 환자도 없고 당장 저를 지켜내는 것도 선량함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물의를 빚었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지난 12일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며 과거 의약분업 당시 파업을 예로 들었다. 그는 "치료 중 사망한 환자의 중환자실 의무기록을 보니 심각한 상태에서 의사들이 자리를 비웠던 수일간 방치됐었다"라며 "재앙은 시작됐다"라고 했다.
시민들은 의료계가 분노를 가라앉히고 정제된 말로 정부와의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부와 의사의 대치 정국 속에 중립적인 입장이었다는 한 직장인은 "일부 의사들 발언 중에 문제의 소지가 되는 게 상당히 많다. 없던 반감까지 생기게 만들더라"며 "자기들을 위해서라도 자중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한다"고 지적했다.
한 엑스(X·옛 트위터) 유저는 "의사라는 집단의 프라이드나 엘리트주의만 확인하게 된 꼴"이라며 "사태를 더 악화하고 싶지 않으면 개별 의사들 입단속부터 해야 할 것 같다"고 꼬집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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