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귀성여비 통상임금 포함
삼성전기 등도 동참 움직임
삼성그룹 일부 노동조합들이 회사를 상대로 통상임금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재계와 노동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DX(디바이스 경험) 노조는 지난 19일부터 조합원 6100명으로부터 소송단을 모집하고 있다. 이 노조는 이달 말까지 소송단을 구성해 다음 달 초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노조는 이 소송에서 명절 귀성여비를 통상임금에 포함하고 지난 2년4개월간 지급되지 못한 해당분을 요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송에선 회사가 매월 지원한 개인연금 회사지원금도 통상임금으로 인정돼야 한다는 주장도 할 예정이다. 삼성전기 노조도 오는 4월 소송 제기를 목표로 소송 인원을 모으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도 소송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노조들은 최근 판결이 나온 통상임금 소송에서 기업 노조들이 승소한 사례들이 많아 승산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서울중앙지법이 삼성화재 노조 조합원 129명이 낸 통상임금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노조는 삼성화재를 상대로 고정시간수당, 식대 보조비, 교통비, 개인연금 회사지원금, 손해사정사 실무수당, 설·추석(명절) 귀성여비 등이 근로기준법상 통상임금에 속한다며 이를 바탕으로 야간·휴일 근로수당을 다시 산정해 달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 중 식대 보조비, 개인연금 회사지원금, 손해사정사 실무수당, 설·추석 귀성여비만 통상임금으로 인정했다.
19일 정식 출범한 ‘초기업 노조’가 소송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초기업 노조’는 삼성전자 외 계열사 4곳(삼성전자 DX, 삼성화재, 삼성디스플레이,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가 힘을 합쳐 결성됐다. 현재 조합원은 1만5800명이지만 5월 삼성전기 노조가 합류하면 규모는 약 1만7000명까지 늘어난다. 계열사 중 가장 많은 조합원(1만7000명)을 보유한 전국삼성전자노조와 맞먹는다. 홍광흠 초기업 노조 위원장은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업계에서 최고의 대우를 받던 옛 삼성전자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노조가 필요 없었던 그때로 돌아가서 우리 스스로 노조를 해체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노조들의 통상임금 소송 외에 임금협상이 절정에 이르는 이달 말부터 다음 달 초까지 노사 갈등이 더욱 첨예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선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 나서야 하는 중차대한 시기에 그룹이 ‘노조리스크’로 발목이 잡힐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