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새단장 11세대 E클래스
디지털·개인화 추구…'똑똑한' 디스플레이
주행중 조수석 동영상 운전석에선 안 보여
잘 서고 잘 달리고…주행 성능도 안정적
국내 출시된 수입차 단일 모델 중 가장 많이 팔린 차.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다. 사람들이 머릿속에 '벤츠' 하면 떠올리는 그 차다. 2016년 출시한 10세대 모델은 지난해까지 22만6714대가 팔렸다. 단일모델 중 판매량 20만대를 넘긴 것은 E클래스가 처음이다. E클래스가 8년 만에 새 단장을 하고 11세대로 돌아왔다. 특유의 품질은 물론 디지털과 개인화를 내세우며 고급차의 기준을 또다시 제시했다.
연말까지 출시될 7개 라인업 중 중간 차종인 'E300 4MATIC 익스클루시브'를 타고 서울~파주 왕복 130㎞를 시승했다. 이 차종은 지난달 19일 공식 출시됐다. 외관은 이전 세대와 유사하면서도 일부 변화가 있었다. 전면 그릴의 형태가 조금 변경됐고, 전면등과 후면등의 디자인이 더 예리해졌다. 차의 크기는 길이 4955㎜, 너비 1880㎜, 높이 1475㎜로 이전 세대보다 더 커졌다. 휠베이스(앞·뒤 바퀴 중앙 간 거리)는 20㎜가 길어지면서 뒷좌석 레그룸은 최대 17㎜ 늘었다. 뒷좌석 너비도 25㎜ 늘어난 1159㎜로 S클래스 수준에 가까워졌다. 트렁크 공간은 540ℓ까지 실을 수 있다.
동영상 감상·화상회의도 가능…"똑똑한 디지털'
내부 운전석부터는 완전히 새로운 모습이 펼쳐졌다. 운전석부터 조수석까지 디스플레이가 가득 찼다. 벤츠가 강조한 'MBUX 슈퍼스크린'이다. 전기차보다 더욱더 미래 자동차 같은 느낌을 선사했다. 중앙에 있는 디스플레이와 동승자석 디스플레이가 하나로 이어진 형태다. 거대한 PC 와이드 모니터를 가져다 놓은 듯했다.
여기에는 3세대 MBUX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탑재돼 유튜브는 물론 웨이브, 멜론 같은 국내외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대형 태블릿을 동승자석에 그대로 설치한 듯한 모습이다. 터치 조작감도 일반 태블릿과 다를 바 없이 자연스럽다. 여기까지는 단순한 '디지털화' 수준이다. 벤츠는 여기서 '똑똑한 디지털화'로 한발 더 나아갔다.
우선 하나처럼 보이는 대형 디스플레이는 중앙과 동승자석으로 구분된다. 조수석에서 동영상이나 음악, 인터넷 검색 등을 하는 동안 중앙 디스플레이에서는 내비게이션을 보여줄 수 있다. 차가 멈췄을 땐 상단 카메라를 통해 화상회의도 가능하다. 하지만 조수석에서 동영상 등을 시청할 때 이 화면은 운전자석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운전 중 시선을 힐끗 돌려봐도 아무것도 없는 검은 화면만 보일 뿐이다. 운전에 필요한 내비게이션 화면을 띄울 경우에만 운전자도 제대로 볼 수 있다. 운전석 전방의 카메라가 운전자의 눈동자 움직임을 감지해 '안전 운전'을 강제하는 것이다.
음향 기능도 강화됐다. 스피커 17개에서 730W 출력을 뿜어낸다. 특히 사운드 개인화 기능이 포함된 부메스터 4D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이 적용돼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좌석이 진동하고 앰비언트라이트의 불빛도 변한다. 음악을 청각뿐 아니라 시각과 촉각까지 동원해 전달, 공감각적 음악감상을 구현했다. 다만 일부 운전자들은 다소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다. 잔잔한 음악에도 좌석이 반응하며 진동하기 때문이다. 진동 세기는 조절할 수 없지만 진동 여부는 선택할 수 있다.
뒷좌석 공간은 다소 아쉬운 편이다. 신장 180㎝대 남성이 앉으면 앞좌석 등받이까지 공간이 얼마 남지 않는다. 앞좌석을 당긴다면 다소 여유가 생기겠지만 '패밀리세단'으로 쓰인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좁다는 인상을 준다. 뒷좌석 온도 조절 장치와 창문 햇빛 가리개도 없다. 9000만원가량인 가격을 고려하면 고객들의 불만이 나올 수도 있는 지점이다.
잘 달리고 잘 서고…안정적 주행성능
자동차의 기본인 주행 성능은 안정적이다. 기본적으로 잘 달리고 잘 선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전기차처럼 조용히, 안정적으로 전진한다.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뒷받침하기 때문이다. 출력도 부족함이 없다. 4기통 가솔린 엔진(M254)과 9단 변속기가 조합됐고, 여기에 2세대 통합 스타터 제너레이터(ISG)가 가속 시 최대 17㎾까지 힘을 보탠다. 시속 100㎞ 이상의 속도까지도 잡음 없이 부드럽게 가속한다.
속도를 올려도 고요함은 계속된다. 시속 100㎞ 이상에서도 외부 소음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속도감마저 느끼기 힘들 정도다. 이중접합 유리와 방음재가 고루 쓰여 내부를 평온한 상태로 유지됐다. 주행모드를 '컴포트'로 바꾸면 부드러운 승차감은 극대화된다. 차선 이탈을 막고 앞차와의 거리도 일정하게 유지한 주행보조 시스템도 무난하게 작동한다. 모든 부분에서 고급차의 안락함을 지향하는 노력이 묻어났다.
아쉬운 지점도 있다. 핸들 조작 부분은 모두 터치라 시선을 내려 제대로 기능을 작동시켰는지 확인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언덕에서의 밀림 현상도 '고급스러움'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그리 경사가 급하지 않은 야트막한 언덕길에서도 오토홀드 기능을 작동하지 않으면 뒤로 밀리는 현상이 여러 차례 나타났다. 국산 중형 승용차에서도 좀처럼 볼 수 없는 현상이다. 벤츠의 이전 세대 E클래스 모델에서도 종종 발견된 문제인 만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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