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서 마약상 검거 위한 경찰의 전술
지난해 크리스마스엔 산타 분장도
곰돌이 인형 탈을 쓴 경찰이 밸런타인데이 선물을 하는 척 위장하고 마약 판매상을 검거하는 영상이 공개됐다.
15일(현지시간) CNN, BBC 등 외신은 페루 경찰청이 지난 13일 수도 리마의 한 아파트에서 마약을 판매한 혐의를 받는 여성 2명을 검거했다고 전했다. 체포 당시 상황이 담인 영상을 보면, 인형 탈을 쓴 경찰관이 아파트 건물 밖에서 하트 모양 풍선과 초콜릿 상자를 들고 있다. 이 경찰관이 고백하듯 한쪽 무릎을 꿇고 앉자 집에 있던 여성이 밖으로 나왔다. 그 순간 경찰관은 인형 탈을 벗어 던지고 재빨리 여성에게 수갑을 채웠다. 마약 판매상 중 한 명을 집 밖으로 유인하기 위해 경찰이 곰 인형 탈을 쓰고 위장 전술을 펼친 것이다. 인형 탈을 쓴 경찰관은 외신에 "밸런타인데이라 계획한 깜짝 작전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영상은 곰 인형 탈을 쓴 경찰관이 체포한 용의자들과 함께 작전에 사용했던 초콜릿 상자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끝났다. 경찰관이 울고 있는 용의자를 달래주는 모습도 담겼다. '넌 내가 웃을 수 있는 이유야'라고 적힌 피켓도 놓여 있었다.
그 사이 주변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다른 경찰관들은 이 여성의 집을 수색했다. 이들은 집 안 침대 매트리스 아래, 집 밖 배수구 덮개 아래에 숨겨진 마약 꾸러미들을 찾아냈다. 경찰은 인형 탈로 유인한 이 여성과 집 안에 있던 또 다른 여성 한 명을 마약 판매 혐의로 체포했다. 발견된 마약 꾸러미들도 압수했다. 이른바 '마약 사기꾼'으로 불리는 갱단의 일원으로 알려진 이 여성들은 집에서 코카인과 마리화나 등 마약류를 판매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페루 경찰이 마약 범죄를 단속하기 위해 독특한 방법을 동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에는 산타클로스 복장을 한 경찰관이 마약 단속에 나서 관련자들을 검거하기도 했다. 2022년 10월 31일에는 핼러윈을 맞아 영화 어벤져스의 주인공으로 변장하고 마약 밀매 조직원들 신병을 확보했고, 2020년 성탄절 전야에는 산타와 엘프 복장을 한 경찰관이 마약범 4명을 체포했다. 페루는 세계 최대의 코카인 생산국으로 연간 약 400t을 생산하는 것으로 전해졌으며, 지난해 페루 당국은 21.5t의 코카인을 압수하고 마약 밀매와 관련된 119개 범죄 조직을 해체했다.
구나리 인턴기자 forsythia2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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