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예산 지원 폐지로 실직 위기
직원·가족 397명이 쓴 탄원서 서울시에 전달
"지금 당장 회사가 없어진다면 분윳값, 기저귓값을 어디서 충당해야 할지부터 생각해야 하는 현실입니다" (TBS 전략기획실 ○○○사원)
"여자친구와 결혼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직장이 사라진다면 계획조차도 세울 수 없는 상황입니다." (라디오 제작본부 ○○○사원)
오는 6월부터 서울시의 예산 지원이 끊길 것으로 전망되면서 경영난에 내몰린 TBS 직원과 가족들이 "폐국만은 막아달라"며 서울시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TBS는 15일 "사내 양대 노동조합인 TBS 노동조합과 전국언론노동조합 TBS 지부가 직원과 가족 397명이 쓴 탄원서를 14일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TBS는 이번 호소문에 대해 소속 노조 구분 없이 모든 직원이 작성했으며, 직원 가족들도 자발적으로 참여해 회사의 생존을 호소하는 간절함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탄원서에는 예비 부모가 되는 직원과 결혼을 앞둔 직원이 실직 위기 앞에 무력감과 공포를 느끼고 있다는 호소가 담겼다. 아파트 분양을 앞두고 내 집 마련의 꿈을 포기해야 하나 고민하는 직원의 사연도 있었다. 한 사원은 "지난해 여름 남편의 심장병이 발견돼 아홉 시간이 넘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며 "이제 집안의 가장은 제가 되었다. 200만원 조금 넘는 저의 급여가 두 식구의 유일한 수익"이라고 호소했다.
자신을 TV 제작본부 사원의 아내라고 밝힌 이는 탄원서에 "서울시의 지원 폐지 조례가 통과된 후 불안감 때문에 수면 장애를 겪고 있다"며 "벼랑 끝에 서 있는 심정이다. 중학생이 된 남매를 바라보며 앞으로 어떻게 버텨야 할지 막막하다"고 썼다.
서울시의회는 2022년 11월 TBS에 대한 서울시의 예산 지원을 올해 1월부터 없애는 조례안을 가결했다. 지난해 말 조례안의 시행을 오는 6월까지 유예하는 안이 통과되면서 5월 31일까지는 지원이 가능하게 됐다. 이후 서울시 지원이 끊기면 TBS는 사실상 폐국 위기에 놓일 것으로 보고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을 시행하고, 경영 효율화를 위한 비상대책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현재 TBS는 서울시 출연금이 지원되는 올 5월까지만 사업계획을 세웠으며, 이후 운영 계획 등은 불투명한 상태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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