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엔 남성 커플 결혼 등록
네팔에서 남성 커플이 남아시아 최초로 결혼 등록한 지 약 3개월 만에 이번에는 여성 커플이 결혼했다. 이 역시 남아시아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15일(현지시간) 스페인 EFE 통신은 33세로 같은 나이인 디프티 슈레스타와 수프리타 구룽이 최근 네팔 서부 자무니 마을에서 결혼을 등록하고 증명서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성소수자(LGBTQ) 권익 옹호 운동가인 수닐 바부 판트 전 의원은 이 커플이 5년 이상 관계를 유지했다며, 결혼 등록 신청 몇 주 뒤 증명서를 받았다고 전했다.
지난해 11월 30일 네팔에서 처음으로 성소수자 부부가 탄생했다. 성소수자 커플 마야 구룽(41)과 수렌드라 판데이(27)는 네팔 수도 카트만두 서쪽 람중 지역의 도르제 마을 관청에서 혼인신고를 하고 혼인증명서를 발급받았다. 구룽과 판데이는 2017년 임의로 결혼식을 올린 뒤 줄곧 함께 살았다. 구룽은 트랜스젠더 여성이지만 법적 성별이 아직 바뀌지 않아 남성으로 등록돼 있다. 판데이 역시 남성이어서 두 사람은 서류상 같은 성별이다. 법률상 동성 결혼인 것이다.
네팔은 2007년 성정체성과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개혁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어 2013년에는 시민권 문서에 제3의 젠더 범주가 도입됐고 2년 후 해당 범주가 표기된 여권이 발급되기 시작했다. 또 2015년엔 성소수자 차별 금지를 헌법에 못 박는 개헌을 단행했다.
그러나 네팔 의회가 결혼 관련 법안 개정을 하지 않아 정부는 성소수자 결혼 신청을 번번이 거절했다. 당시 이 커플이 결혼 등록을 할 때 함께 자리한 수닐 바부 판트 전 의원은 "이번 일은 결혼 평등을 위한 23년에 걸친 싸움 뒤 얻은 역사적 성취"라고 평가했다. 판트 전 의원은 또 "네팔 당국의 진보적인 조치에도 일부 지방 정부들은 200여 동성 커플의 결혼 등록을 해주지 않고 있다"며 전향적인 조치를 촉구했다.
네팔에는 현재 90만여명의 성소수자가 일자리와 보건, 교육 등에서 차별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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