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형제국' 北, 정치적·심리적 타격"
대통령실은 15일 우리나라와 쿠바 간 외교관계 수립에 대해 "이번 수교는 과거 동구권 국가를 포함해 북한의 우호 국가였던 대(對)사회주의권 외교의 완결판"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은 '형제적 외교관계'를 맺고 있던 쿠바까지 한국과 수교하게 되면서 외교적 고립이 한층 더 심화될 것이라는 취지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수교는 결국 역사의 흐름 속에서 대세가 어떤 것인지, 또 그 대세가 누구에게 있는지 분명히 보여준 것"이라며 이같이 설명했다. 앞서 한국과 쿠바 측은 14일 미국 뉴욕에서 주유엔 대표부 의견 교환 형식으로 수교에 합의했다.
이 고위 관계자는 쿠바가 그간 북한의 '형제국'으로 불린 점을 거론하며 "맞는 표현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수교도 북한으로서는 상당한 정치적·심리적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고(故)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1986년 북한 방문했을 때 당시 김일성 주석과 맺은 북한-쿠바 친선조약에는 '형제적 연대성의 관계'라는 용어가 포함돼 있다.
북한 외무성은 2022년 3월 홈페이지에 김일성·김정은 부자의 카스트로 전 의장의 만남을 조명하며 "혁명적 원칙, 동지적 의리, 사회주의 원칙"에 기초한 우방 관계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수교에 대해 "글로벌 중추국가 지향하면서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역할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과 한류에 따라 쿠바 국민의 한국에 대한 관심과 호감이 높아진 게 긍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쿠바가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190여개국과 수교하고 있고, 수도 아바나에 100개국 이상이 대사관을 운영하는 중남미 거점 국가임에도 그간 북한과의 관계로 인해 한국과 수교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한국의 국제적 위상과 역할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는 취지다.
윤석열 정부는 그간 쿠바와의 수교를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 관계자는 "국가안보실, 외교부를 비롯한 유관 부처와 긴밀한 협업, 다각적 노력의 결실"이라며 "2년간 쿠바와의 수교를 위해서 지속적인 물밑작업과 외교적 노력을 병행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우리 외교부 장관이 쿠바 측 고위인사와 3번 접촉했고, 주 멕시코대사가 그동안 사실 수교 교섭을 해왔는데 쿠바를 방문해서 당국자들과 협의한 바 있다"며 "국·과장급 등 실무진에서도 여러 번 접촉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연료저장시설 폭발(2022년 8월), 폭우피해(작년 6월), 식량 부족(올해 초) 등 쿠바가 어려움을 겪었을 때 인도적 지원을 하는 한편 아바나 영화제 한국영화 특별전 개최 등 문화적 교류도 지속했다고 이 관계자는 강조하기도 했다.
쿠바가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어 한국인이 미국에 갈 때 전자여행허가제(ESTA) 발급에 영향을 끼치는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2021년 1월 이후부터 쿠바를 방문했거나 쿠바와 복수 국적자인 경우는 비자를 따로 받아야 되는 것"이라며 "사실은 우리나라만 문제가 아니라 미국 자체의 ESTA 운영 규정"이라고 답했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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