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회장 "사직서 제출", 한림의대 '동맹휴학'
의협, 15일 총궐기대회·17일 비대위 회의
복지부 "합법적 의사 표명은 존중, 위협 시 엄정대응"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에 반발해 대한의사협회(의협)가 15일 동시다발 집회를 열기로 하면서 의료계와 정부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전공의(인턴·레지던트) 단체 회장은 '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고, 의대에서는 '동맹휴학' 제안까지 나왔다. 오는 주말인 17일에는 의료계 파업 등 투쟁 방향도 나올 전망이다. 정부는 합법적 의견 표명은 존중하지만,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의대 첫 '동맹휴학', 대전협 회장 사직…집단행동 기폭제 되나
한림대 의대 4학년 학생들이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며 1년간 학업 중단을 결의했다. 정부의 의대 증원과 관련해 의대생들이 단체로 움직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의료계는 그동안 정부가 의대 증원과 관련해 집단 사직서 제출, 파업 등 집단행동 시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여론 등을 고려해 신중 모드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전국 40개 의대 대표들로 구성된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가 정부의 의대증원에 반대하는 단체행동에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밝혀 의료계 집단행동에도 힘이 실릴지 주목된다. 의대협은 이날 "'나는 본교의 대표로서, 단체행동 추진 필요성에 찬성하며 이를 주도해나갈 의지가 있다'는 안건이 40개 단위 대표의 만장일치로 가결됐다"면서 "수일 내 동맹 휴학 참여 여부를 조사한 후 의결을 거쳐 본격적으로 단체행동에 착수하겠다"고 했다.
이날 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힌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회장의 메시지도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소속 전공의인 박 회장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2월20일 사직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잃어버린 안녕과 행복을 되찾고자 수련을 포기하고 응급실을 떠난다"며 "언제나 동료 선생님들의 자유의사를 응원하겠다. 부디 집단행동은 절대 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그러나 박 회장의 사직이 개별적 집단사직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박민수 복지부 차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정례 브리핑에서 "어떠한 경우에라도 이런 것들이 확산해서 집단행동으로 번지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박 차관은 의대 동맹휴학에 대해 "의대생들은 의사 면허를 가진 의료인이 아직 아니기 때문에 의료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며 "이 때문에 교육부와 함께 최대한 학생들이 단체행동에 참여하지 않도록 설득하는 노력을 기울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 회장의 '집단행동 자제' 발언에 대해선 "진심이 담겼다는 해석과 '집단행동 교사 금지명령'에 따른 회피라는 해석이 모두 가능하지만, 정부는 집단행동으로 번지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의협 비대위, 17일 투쟁 방안 논의
이러한 가운데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하며 오는 17일 제1차 회의를 열고 구체적인 투쟁방안을 결정하기로 했다.
의협 비대위는 이필수 전 의협 회장이 지난 6일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확대 발표에 사퇴 의사를 표하며 꾸려졌다. 비대위는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발표가 의료계와의 소통 없이 이뤄졌다고 비판하고 있다. 또한 의사가 부족해 의대증원이 필요하다는 정부의 주장도 다르다고 반박한다.
전날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우리나라가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낮아 의사가 부족하다고 말하지만, 실제 의사가 부족할 때 나타나는 현상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며 "지난 23년간 15세 미만 소아는 350만명이 줄었고 소아청소년과 의사는 2500명이 늘어났다. 소아청소년과 진료에 차질에 생긴 건 의사 부족이 아닌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불어 "현재 40개 의과대학 정원이 3000명인데 한꺼번에 2000명을 늘리면 의대 24개를 새로 만드는 것과 똑같다"며 "교육의 질도 떨어지고 대한민국의 모든 인재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정부의 불합리한 의대 정원 추진을 반드시 막아내겠다"며 "어떤 겁박과 역경, 시련에도 굴하지 않고 합심해 대응해 나가는 구심점이 되겠다"고 말했다. 이어 "오는 17일 제1차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개최해 향후 투쟁 방안 및 로드맵 등을 논의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복지부, 파업시 '비대면 진료 확대·PA간호사 활용'
정부는 전공의나 의대생이 집단행동에 나서서 의료 현장에 영향을 미칠 경우에 대비해 '비대면진료 확대'와 '진료보조(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 활용' 카드를 꺼냈다.
박 차관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에 나와 "만약 전공의 등이 파업해서 병원 기능에 문제가 생긴다면 기존 인력을 좀 더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며 "비대면 진료를 전면 확대하고, PA 지원인력이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PA간호사는 수술장 보조 및 검사시술 보조·검체 의뢰·응급상황 시 보조 등의 역할을 하며, 의사의 역할을 일부 대신하고 있다. '수술실 간호사', 혹은 '임상전담 간호사'로 불리며, 전국에서 1만명 이상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면진료는 현재 재진 환자를 중심으로 하되, 예외적으로 의료취약지나 휴일·야간에는 초진부터 허용되고 있다. 전공의 집단행동 중에는 한시적으로 '예외 없이 초진부터' 전면 실시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둘 다 의료계가 반발해온 정책들이라 의료계 파업에 대한 '압박용' 카드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는 만일의 비상사태에 대비하는한편 의료진을 향한 호소도 잊지 않았다.
이날 박 차관은 "비상진료 대응계획을 마련해 놨다. 군 병원을 활용한 응급실 이용, 공공의료기관들을 활용한 응급체계 대응, 기존 인력들의 근무시간 연장 등 모든 대책을 준비해서 가급적 진료에 지장이 없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모든 가용한 수단을 다 동원해서 정상적인 진료체계가 유지될 수 있도록 할 것이며 의사들의 집단행동으로 인해 국민들의 건강과 생명이 절대로 위협받지 않도록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또한 "오늘 중수본 회의에서는 전공의 근무 여건 개선을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면서 "전공의들의 과도한 업무 부담을 줄이고 양질의 수련을 받을 수 있도록 36시간 연속근무제도 개선과 지도전문의 배치 확대 방안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했다. 올 상반기 내 개선 모델을 마련하고 하반기부터 본격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3월부터는 전공의 전담 권익보호 창구를 마련하고 폭언, 갑질 등에 노출된 전공의를 위해 법률 자문과 상담 등 필요한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박 차관은 "전날 개별적 사직을 빙자한 집단 사직서를 제출해 진료 공백을 발생시키겠다는 가짜 뉴스가 제기된 바 있다. 다행히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지만,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도구 삼는 행동은 헌신하는 의사들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행동"이라면서 "이러한 주장에 동요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최태원 기자 peaceful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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