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급증 반도체, 올 경기회복 ‘1등 공신’으로

2월 1~10일 반도체 일 평균 수출 85.9% 늘어
수출부진 속 유일한 증가…경기회복 버팀목 기대

올해 반도체 수출이 급증하면서 경기 회복의 1등 공신이 될 전망이다. 고금리로 내수와 투자가 부진한 가운데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버팀목 역할을 하면서 작년보다 경기가 개선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15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들어 10일까지 반도체 수출액은 27억8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2.2% 증가했다. 설날 연휴로 인해 조업일수가 부족해 전체 수출이 14.6% 감소한 가운데 모든 품목 중 반도체만 수출이 대폭 증가했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반도체의 일평균 수출액은 약 4억3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반도체 일평균 수출액인 2억3000만달러 대비 85.9% 급증했다. 반도체 월간 수출액은 작년 11월부터 넉 달째 증가세를 이어가는 중인데 갈수록 증가 폭도 가팔라지는 분위기다.

반도체 수출이 많이 증가한 것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의 감산과 글로벌 경기회복 기대감으로 반도체 가격이 크게 오른 영향이 크다. 메모리 D램 현물 가격은 지난해 9월부터 5개월 연속 상승세다. 현물가격이 오르면서 우리 반도체 기업들이 실제 거래에 활용하는 고정가격 역시 4개월째 오름세다. 반도체 수출물량 역시 꾸준히 증가하면서 반도체 업황이 전반적으로 개선되는 상황이다.

미국과 중국 등 우리 반도체 최대 수입국에서 나타나는 경기개선 분위기도 긍정적이다. 반도체 수출 선행지표로 꼽히는 미국 ISM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지난달 49.1로 예상치인 47을 크게 뛰어넘었다. 이 지수는 50을 넘으면 경기 확장, 그 이하이면 수축 국면을 의미하는데 49.1은 15개월 만에 최고치다. 특히 신규 주문지수가 전월 대비 5.5 포인트 상승한 52.5로 3년여 만에 월간 기준 최대 상승 폭을 기록하면서 미국의 제조업 경기가 확장기에 거의 근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제조업 경기를 선행하는 ISM 신규주문 지수가 전월 대비 큰 폭으로 반등하면서 미국 제조업 경기 회복의 기대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조감도

중국 반도체 수출 개선 기대감도 커지는 중이다. 2월 1일부터 10일까지 우리나라의 대홍콩 수출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143.1% 급증했다. 우리나라의 대홍콩 수출의 약 70%를 반도체가 차지하는데 그만큼 수출 개선세가 확연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직 중국 본토향 반도체 수출은 빠르게 회복되지 못하고 있지만 우회 통로인 대홍콩 반도체 수출이 큰 폭으로 개선되는 현상은 긍정적"이라며 "2월 초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반도체 업황 개선이 빨라지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정부 기관들도 수출 기대감을 높였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전일 수정경제 전망을 발표하고 올해 총수출 증가율 전망치를 기존 3.8%에서 4.7%로 0.9%포인트 높였다.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투자와 소비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반도체를 중심으로 하는 수출이 경기 개선의 버팀목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전망과 동일한 2.2%다. 지난해 우리 경제성장률은 1.4%였다.

반도체 수출이 개선되면서 한국은행도 오는 22일 발표하는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수출 전망치를 올릴 가능성이 있다. 한은은 1월 경제 상황평가에서 올해 수출이 반도체와 자동차를 중심으로 빠르게 개선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IT 부문을 중심으로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