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CB 주가 반토막나도 "파장 제한적" 베팅
최근 미국에서 상업용 부동산발(發) 위기가 키운 은행권 건전성 위기에도 채권 투자자들의 은행채 사랑은 여전하다. 투자자들은 지난달 상업용 부동산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주가가 반토막 난 미국 지역은행 뉴욕커뮤니티뱅코프(NYCB) 사례가 은행 시스템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일 거라는 데 베팅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자체 데이터를 인용해 14일 기준 은행채와 비금융 회사채의 위험 프리미엄 간 격차가 12bp(1bp=0.01%포인트)로 NYCB 사태 이전보다 더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초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뱅크런이 발생했던 당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은행채와 비금융 회사채 금리는 미국 국채 금리에 각각 115bp, 127bp를 추가 요구한다.
회사채는 통상 가장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는 국채에 비해 높은 채권 수익률을 가져다준다. 다만 은행채는 비금융 회사채에 비해 신용등급이 높은 만큼 위험 프리미엄이 더 낮다.
통상적으로 은행권 위기론이 확산하면 은행채 bp가 올라가 두 채권 간 bp 격차가 좁혀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여전히 격차가 벌어진다는 점은 채권 투자자들이 최근 NYCB 사태가 금융권에 미칠 파장을 그다지 염려하지 않는다는 것을 나타낸다. JP모건의 에릭 베인스타인이 이끄는 분석가들은 “이는 높은 등급 신용에 대한 수요가 얼마나 강한지 보여주는 증거”라고 했다.
올해 Fed가 공격적인 통화정책을 피벗(pivot·방향 전환) 할 수 있다는 전망도 은행채 인기에 한몫한다. 지난달 미국 회사채 판매액은 1880억달러로 1월 역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달 현재까지도 이미 약 590억달러의 회사채가 판매됐다. 우량채권의 55%는 금융권이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준금리 인하 전 조금이라도 높은 수익률로 채권을 구입하려는 이들이 몰린 영향이다. 크레디트사이츠의 위니 시사르 신용 전략 글로벌 책임자는 “투자자들은 수익률이 매력적인 5.5%가 적힌 투자 등급 채권을 구매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미국 국채 금리가 다시 4% 이상으로 반등했다는 점에서 이런 모멘텀이 유지될 거란 관측이다. 예상만큼 둔화하지 않은 1월 인플레이션 지표에 Fed의 금리 인하 결정 시점이 후퇴하면서 채권 수익률이 높아지고 있어 수요가 높게 유지된다는 분석이다.
NYCB이 촉발한 은행 위기를 잠재우는 글로벌 금융 전문가들의 발언도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은행채 흥행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마이클 바 Fed 금융감독 부문 부의장은 14일 전미실물경제협회(NABE) 주최 콘퍼런스에서 "어떤 은행(NYCB)의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고 충당금이 늘어났다고 해서 건전하고 유동성에 문제 징후가 보이지 않는 은행 전체 시스템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은행 시스템은 지난해 봄(지역은행 파산 사태)보다 건전하고 탄력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짚었다. 키스 호로위츠 씨티그룹 애널리스트는 최근 메모에서 "NYCB는 예외적 사례"라고 했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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