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간 추가 허용 의약품 없어
품목 확대 위한 자문위 유명무실
정부의 의대 입학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해 의사들이 총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안전상비의약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안전상비약을 찾는 수요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판매가 허용된 의약품은 제도가 도입된 지 12년 동안 한 종도 늘어나지 않은 탓이다. 특히 어린이 해열제로 많이 찾는 의약품 2종은 현재 수급 불안 사태를 겪고 있어 의사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에 대한 우려가 크다.
15일 시민단체인 안전상비약 시민네트워크에 따르면 안전상비약 품목 재검토를 위한 보건복지부의 안전상비약 자문위원회는 아직 활동 계획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복지부는 지난해 10월 자문위를 구성해 안전상비약 확대 등을 논의할 계획이었지만 의대 정원 확대 이슈가 불거지면서 활동이 미뤄지는 것이다.
김연화 안전상비약 시민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은 "자문위가 활동을 시작한다고 알려진 지난해 10월 이후 서면과 온라인을 통해 다섯 차례 운영을 촉구하는 민원을 넣었다"며 "하지만 지금까지 어떠한 답변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전상비약 판매제도는 의약품 구매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약국 외 24시간 연중무휴 점포에 한해 의약품 판매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약사법이 개정되면서 편의점은 2012년 11월부터 해열진통제 5종과 감기약 2종, 소화제 4종, 파스 2종 등 13개 품목을 판매하고 있다.
문제는 제도 시행 12년이 지났지만 13개 품목이 변화 없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약사법에 따르면 약국 외 판매 상비약은 일반의약품 중 가벼운 증상에 시급하게 사용 가능한 약 중 복지부 장관이 20종 내에서 지정하게 되어 있다. 즉 법을 개정하지 않더라도 20종까지는 늘릴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어린이 타이레놀 2종(정·현탁액)의 경우 여러 차례 수급 불안정을 겪고 있지만 정부는 대체 약품 지정을 위한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있다.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기간에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해외 기업이 성인용 약품 생산에 집중하면서 수급 불안이 왔지만 별다른 대응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전상비약에는 어린이 부루펜시럽도 해열진통제로 포함되어 있지만, 타이레놀과 성분이 달라 교차 복용하는 가정이 많다는 점에서 둘 중 하나라도 수급이 불안정하면 어린 자녀를 둔 가정이 피해를 볼 수 있다.
한국존슨앤드존슨판매 유한회사(켄뷰)는 "어린이 타이레놀 현탁액의 경우 다른 회사 일부 제품 ‘갈변’ 등의 이슈로 물량이 부족해 생산량을 늘려 공급하고 있다"며 "편의점에서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안전상비약 제도가 도입되면서 편의점은 전 국민적인 응급약국이 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제도 시행 이듬해인 2013년 153억원이었던 안전상비약 공급가액은 2019년 435억원, 2022년 537억원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편의점 업계에서는 지속적으로 안전상비약 제도 확대를 요청하고 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안전상비약은 전체 편의점 매출에 1% 수준으로 미비하지만 공적 역할을 담당하는 의미가 더 크다"며 "수급이 불안정한 약품의 대체 제품 선정과 함께 지사제, 화상연고, 인공눈물, 멀미약 등 생활에 꼭 필요한 의약품까지 확대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