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금지 등 일관성 없는 정책 리스크
韓 증시, 1월에도 주요국 최하위 기록
새해 들어서도 한국 증시는 꼴찌였다. 1월 성적표 기준, 주요국 증시 중 최하위에 머물러 '꼴찌'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연초부터 총선 표심용이든 아니든,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결하기 위한 각종 정책 발언을 쏟아낸 것이 무색할 정도다.
전문가들이 지적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유발 요인은 후진적인 기업 지배구조다. 오너 중심의 기업문화에 따른 후진적인 지배구조는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에 투자하지 않는 결과를 낳는다. 지정학적 리스크도 요인으로 거론된다. 제조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의존 개방경제 체제를 취하고 있어 외생 변수에 영향을 많이 받아서다.
![[시시비비]자본 시장의 '대통령 리스크'](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24010210594415632_1704160784.jpg)
그러나 현재의 자본시장에선 '대통령 리스크'도 배제할 수 없는 요인이다. 해외 자본은 한국의 일관성 없는 자본시장 정책을 꾸짖는다. 공매도 금지 규제를 들고나왔을 때 외신은 일제히 정부의 일관성 없고 퇴보한 정책을 비난했었다. 바보 같은 짓을 계속하기 때문에 한국은 메이저 금융지가 될 수 없다고 비난한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의 비난은 뼈아팠다.
금융위원회는 줄곧 공매도 전면 재개와 외국인 투자자 접근성 개선을 통한 MSCI 편입을 목표로 말했었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공매도 전면금지를 발표하면서 불법 공매도 기승, 기울어진 운동장(제도) 개선 등 그럴듯한 논거를 댔다. MSCI 편입이 숙원이 아니라고 선도 그었다. 시장 선진화를 위해 필요한 과제를 해결하려던 주무 부처는 정책에 대한 신념과 철학은 묻어두고 용산 지침에 따라 스스로 글로벌 스탠더드와 역행하고 있으니 애석할 뿐이었다.
'총선용 카드'로 공매도 금지를 내건 한국에 실망한 해외투자자들은 떠나갔다. 롱쇼트(매수·공매도)전략이 불가능한 미국계 대형 헤지펀드를 비롯해 글로벌 국부펀드 일부가 한국 증시 투자 비중을 축소했다. 이 자금을 일본과 인도 등으로 배분했다. 결국 정부가 나서서 최근 일본과 인도의 증시 랠리에 도움을 준 셈이다.
공매도를 금지하지 않고 해외투자자들이 머물렀다면 현재 코스피가 2800에 도달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국내 최대 '큰손' 기관 국민연금은 코스피 수익률을 기대할 수 없어 국내 투자 비중을 줄여나가고 있다. 이렇게 코스피의 연말·연초 '나 홀로 부진'의 이유는 명확했다.
최근에 금융위가 증시를 부양하기 기업 가치 프로그램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코스피가 반짝였다. 상장사들에 주가순자산비율(PBR)이나 자기자본이익률(ROE) 목표치 제시 등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권고할 예정이다. 그러나 제도적으로 뒷받침되지 않은 PBR 개선은 시장의 왜곡을 불러오고 테마주 열풍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 저 PBR주 테마 열풍이 나타나는 낯선 현상이 이를 증명한다. 사실상 대통령이 총선을 겨냥해 찍어준 테마주라는 우스갯소리마저 나온다. 연성규범이기에 기업이 자발적으로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상법으로 보호하는 경성규범이 함께 마련되는 것이 효율적이지만 상법 개정은 요원하다. 결국 총선용으로 그치지 않고 기업의 변화를 지속해서 끌어내는 것은 정부의 실행 의지와 당국의 리더십이다.
외국인과 기관 자금이 유입돼 개미만 활개 치는 기형적인 구조에서 벗어나야 코스피가 우상향 할 수 있다. 지배구조와 배당체계를 주주 친화적으로 개편하고 글로벌 스탠더드와 발맞춘 자본정책을 추진해야 큰손 투자자들의 신뢰가 제고된다. 자본시장이 '대통령 리스크'를 벗을 때 한국 증시에도 봄이 찾아오리라.
이선애 증권자본시장부장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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