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안에 '의료 공백' 해법 나올까
대학별·지역별 세부 할당 협의해야
2000명 증원에 입시 여파도 상당
정부가 2025학년도 입시부터 의대 정원 규모를 2000명 증원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전체 증원 규모와 대략적인 시행 계획만 정해놓은 가운데 대학별로 배분되는 정원과 지역인재전형 규모 등 후속 과제들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당장 올해 입시 계획에 반영돼야 하는 만큼 정부가 지역 의료 인력 공백 문제를 해소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원 2000명, 어떻게 늘리나
보건복지부가 지난 6일 발표한 의사 인력 확충 목표치는 2035년까지 1만명이다. 이를 위해 2025학년도부터 의대 정원을 2000명 증원해 현재 3058명에서 5058명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후속 절차는 교육부가 복지부와 협의해 진행하게 된다. 지난 7일 교육부 관계자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백브리핑에서 "향후 복지부에서 공식적으로 의대 정원 증원 규모를 통보해오면 복지부와 협의해 대학별 의대 정원 배정 기준을 마련하고 3월 중순까지 대학으로부터 2025학년도 대학별 의대 정원 수요를 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이를 바탕으로 대학별 의대 배정 정원을 확정해 오는 4월 중·하순까지 통보할 예정이다. 대학에서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심의를 거쳐 5월 말까지 2025학년도 모집요강을 수정 발표하게 된다. 고등교육법 시행령상 각 대학은 매 입학 연도 개시 1년10개월 전까지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홈페이지에 공개해야 하지만, 교육부 장관이 인정하는 부득이한 사유가 있거나 구조개혁을 위한 학과 개편 등이 있는 경우 변경이 가능하다.
지역인재전형 60%, 쏠림 문제 해결할까
정부는 그간 의료계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온 지역 의료 인력 공백을 해결하기 위해 지역인재선발전형 인원을 늘리는 해법을 제시했다. 복지부는 발표 당시 늘어나는 정원을 비수도권 의대를 중심으로 집중 배정하기 위해 지역인재선발전형으로 60% 이상이 충원되도록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도 이와 관련해 "비수도권 대학과 긴밀하게 협의하며 가능한 정책 인센티브 수단을 활용하는 등 확고한 의지를 갖고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지역인재선발전형 인원이 현재보다 2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지난 7일 종로학원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역인재전형 선발 비율을 60%까지 확대할 경우 지역인재특별전형이 1068명에서 최대 2018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대학별·지역별로 얼마만큼의 인원 할당이 이뤄질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지점이다. 현재 교육부는 법에 규정한 지역인재 선발 비율(40%, 강원·제주 20%)을 바꾸지 않고 각 대학이 60% 이상을 충족할 수 있도록 협의하는 방식을 활용하겠다고만 밝혔다.
앞서 지난해 정부가 전국 40개 의대를 대상으로 한 '의대정원 확대 수요조사'에서 증원 수요는 최소 2151명에서 최대 2847명이었던 만큼, 현재 여건 내에서 각 대학이 실행 가능하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각 대학과 지역 내 기존 입학 정원과 합격선 등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구체화된 정원과 제도적 보완책 등이 필요한 상황이다.
공공의대와 지역의사제 도입 등 추가적인 대책 없이도 지역, 필수인력 공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의 문제도 제기된다. 보건의료인 단체인 더좋은보건의료연대는 지난 8일 성명을 통해 "지역인재선발전형 60% 확대로는 늘어난 의사 인력이 지역에서 복무한다고 보장할 수 없는 만큼 지역의사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2025학년도 입시까지 시간이 촉박해 당장 의대를 신설하는 방안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반수생 늘고, 지방 유학까지…입시 변화도 상당
입시업계는 2000명의 의대 정원 증원으로 올해 최상위권의 입시 합격선이 변화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현재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합격생의 78.5%가 의대 진학이 가능해진다"며 "여기에 기존 의대, 치대, 약대, 한의대 합격선까지 모두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의대 정원이 확대되면서 기존에 대학을 다니던 학생들이 반수를 하거나 학교를 그만두면서 다시 입시를 준비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분석이다. 이미 '의대 열풍'이 본격화되면서 학원가에서는 대학생, 직장인들의 상담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장기적으로는 서울 등 수도권 학생들이 중학교 때부터 의대 준비를 위해 지방권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전망됐다. 현재 지역인재선발전형은 비수도권 지역에 소재한 중학교를 입학해 졸업한 후 지방의대가 소재한 지역의 고등학교에 입학해 졸업한 학생에 한해서 응시할 수 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예상대로 지역인재선발전형이 증가한다면 일찍이 초등학교 때부터 지방으로 이주하는 사람이 늘 수 있다"며 "2028학년도부터는 고등학교뿐 아니라 중학교도 수도권 이외의 지역에서 나와야 지역인재전형 응시가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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