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학생 학부모가 낸 소송 기각
법원 “음란한 표현이라고 볼 수 없다”
초등학생끼리 모여 있는 채팅방에서 '뽀뽀'나 '키스' 등의 단어를 단순히 올린 행위는 학교폭력으로 볼 수 없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울산 모 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A 학생의 학부모는 “자녀가 2022년 같은 반의 B 학생으로부터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학교 측에 신고했다.
B 학생이 학급 친구들이 있는 단체 채팅방에서 ‘뽀뽀’, ‘키스’, ‘남자친구와 화장실 같이 간다’는 등의 부적절한 성적 표현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또 A 학생에게 “음식을 사달라”고 하면서 총 4차례에 걸쳐 4500원을 빌린 뒤 바로 갚지 않았다.
그러나 해당 학교는 폭력대책심의위원회를 열고 조사한 뒤, B 학생이 채팅방에서 쓴 단어가 성적 수치심을 일으킬 정도는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또한 “돈을 빌린 것도 친구 사이에서 일반적인 수준으로 빌린 것으로 보인다”며 B 학생에 대해 ‘조치 없음’, 즉 학교폭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에 A 학생 학부모는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학교 측을 상대로 ‘학교폭력 가해 학생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나, 울산지법 행정1부(이수영 부장판사)는 9일 이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A 학생의 전반적인 진술 등을 살펴볼 때 학교 측이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해 잘못된 처분을 내리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먼저 돈을 빌린 문제에 대해서는 A 학생 스스로가 억지로 음식을 사주거나 돈을 빌려준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으며, B 학생이 용돈을 받지 못해 돈을 갚지 못했던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 “채팅방 표현 역시 음란하다고 보기는 어렵고, A 학생이 해당 단어들로 인해 신체·정신적으로 피해를 봤다고 인정하기도 힘들다”고 설명했다.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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