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당국 검열 우회
증시 불만도 토로
중국 누리꾼들이 베이징 주재 미 대사관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몰려 '하소연'을 토로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최근 중국 자본시장이 위기를 맞이한 가운데, 투자자들이 검열을 피해 불만을 표출할 대상으로 미국 대사관을 택한 것이다.
지난 2일(현지시간) 미 대사관 웨이보(중국 SNS) 공식 계정은 중국어로 야생 기린을 보호하자는 취지의 게시글을 올렸다. 이 게시글에는 '좋아요'만 67만건 찍혔고, 공유는 1만7000개, 댓글은 15만개 달렸다.
통상 미 대사관의 게시글이 이토록 폭발적인 관심을 받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중국 누리꾼들이 쓴 댓글은 게시글 주제와는 무관하게 최근 중국 증시 약세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했다. 미 대사관이 웨이보 게시글을 게재한 이날 중국 CSI 지수는 3179.63으로 장을 마감, 5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대다수 댓글은 "내 증시 좀 어떻게 해 달라", "상하이 증권거래소를 폭파하게 미사일 몇 개만 좀 아껴달라" 등 하소연으로 가득했다. 한 누리꾼은 "비판이 허용되지 않는다면 칭찬은 무의미하다"며 강도 높은 검열을 이어가는 중국 당국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중국 유가증권시장을 '처형장', '카지노' 등에 빗대는 이들도 있었다.
웨이보에서는 개인이 시장, 경제에 관한 개별적인 게시글을 게재할 수는 있으나, 일부 부정적인 의견은 중국 당국이 차단할 수 있다. 또 공산당 기관지들은 시장 현황과 무관한 '장밋빛 전망'만 쏟아내기 일쑤다. 실제 미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2일 중국 관영지 인민일보의 금융 시장 분석을 지적하며 "중국은 낙관주의로 가득 차 있다"고 꼬집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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