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케이팝(K-POP)의 존재감이 한층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가수의 방일 공연을 찾은 관객 수는 코로나19 전 2019년 수준을 웃돌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특히 일본 내에서는 블랙핑크와 세븐틴 등 아이돌 그룹들이 인기를 이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니케이)은 일본 콘서트프로모터스 협회의 조사를 인용, 지난해 상반기 케이팝 가수의 방일 공연 수는 275만명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협회는 1년 단위로 계산하면 코로나19 팬데믹 전인 2019년 356만명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일본에서 한국 케이팝 가수 공연 티켓 평균 단가는 1만2800엔(약 11만4912원)으로 다른 장르보다 평균 1.5배 비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기는 이어지고 있다. 니케이는 "일본 내에서 열린 콘서트 관객 수를 보면 지난해 상반기 10명 중 1명은 케이팝 콘서트 관객이었다"며 "블랙핑크나 세븐틴 같은 인기 아티스트가 흥행을 이끌고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니케이 자회사 니케이 엔터테인먼트 콘서트 공연장 규모로 아티스트의 모객력을 계산한 ‘연간 라이브(콘서트) 동원력 조사’에서는 한국 13인조 아이돌 세븐틴이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니케이 엔터테인먼트는 “이들은 팬클럽 공연을 오사카와 도쿄돔에서 실시할 정도”라며 “지난해 9~12월에서는 도쿄, 사이타마, 나고야, 오사카, 후쿠오카에서 총 12회의 돔 투어를 마쳤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흥행에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외출 제한 등에서 벗어나면서 생긴 상승효과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일본 정부가 외국인 가수 흥행 비자 발급 요건을 대폭 완화하면서 케이팝 가수들의 콘서트 활성화는 가속화될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8월 출입국 관리·난민 인정법의 일부를 개정해 공연을 위한 가수의 체류 일수 조건을 15일 이내에서 30일 이내로 확대했으며, 이 밖에도 '공연장 규모 100석 이상', '음식물 유상제공 금지'라는 개최 조건도 없앴다. 또한 콘서트 유치기관의 운영 실적에 따라 수개월에 걸리던 비자 발급 기간도 2주로 단축하는 등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어 해외 아티스트의 공연 문턱을 낮췄다. 니케이는 “요건 완화를 통해 기존에는 어려웠던 신생 아티스트의 콘서트나 장기 투어가 가능해질 것”이라며 “실제 개정안 운용이 변경된 것은 지난해 12월부터기 때문에, 개정안이 콘서트 시장 활성화로 연결되는 것은 지금부터”라고 강조했다.
일본에서는 앞으로 콘서트 시장의 훈풍은 계속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해외 아티스트의 방일 공연을 유치하는 인터내셔널 프로모터스·얼라이언스 재팬의 키타구치 마사토 부대표는 “일본에서 콘서트 히트의 기회를 찾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특히 케이팝에 있어 일본 시장은 세계진출의 등용문처럼 여겨진다. 향후 긍정적인 움직임이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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