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무죄 판결로 운신의 폭 넓혀
재판 영향으로 올해 국내 행보에만 주력
올트먼과의 만남도 불발
이달 또는 다음 달 해외출장 가능성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법원으로부터 경영권 승계 과정에 불법행위가 없다는 판단과 함께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사법리스크'의 족쇄를 풀었다. 차후 이 회장의 경영 행보에도 탄력이 붙게 됐다. 재계에선 그간 국내에만 머물렀던 이 회장이 보폭을 넓혀 해외로 발걸음을 옮길 것이란 전망도 나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회장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박정제 지귀연 박정길)로부터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두 회사 합병이 이 회장의 승계나 지배력 강화가 유일한 목적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부당하다고 볼 수 없고 비율이 불공정해 주주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이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이 회장과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 실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등 나머지 피고인 13명에게도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무죄 판결에 대해 검찰이 항소, 재판이 2심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일단 이 회장은 당분간 재판의 굴레를 벗을 수 있게 됐다. 그 사이 이 회장은 운신의 폭이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달 또는 다음 달 중 해외 출장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 회장은 올해 초 경영 행보 범위를 국내로 한정해서 움직였다. 해외 출장은 일절 가지 않았다. 지난달 7~10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4)와 같은 달 15~19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 경제 포럼(다보스 포럼)에 가지 않았다. 대신 이 회장은 지난달 10일 서울 서초구 우면동에 있는 삼성리서치를 찾아 6G를 포함한 차세대 통신 기술 동향과 대응 방안을 점검했다. 이어 같은 달 16일에는 서초사옥에서 ‘2024 삼성 명장’ 15명과 간담회를 하며 소통했다.
사법리스크의 족쇄는 주요 인사와의 회동도 어렵게 했다. 이 회장은 지난달 26일 우리나라를 찾은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와 만나지 못했다. 당초 올트먼은 이 회장과의 만남을 요청했지만, 이 회장이 1심 선고를 앞둬 일정에 변수가 있었던 사정 등으로 불발됐다. 대신 올트먼은 경기도 평택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둘러보고 경계현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DS) 사장과 회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당분간 그룹의 국내 현안을 챙기면서 해외 출장 여부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 출장은 대규모 투자 결정이나 인수·합병(M&A)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시절 이 회장에 대한 수사와 기소를 이끌었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재판에 앞서 열린 간담회에서 "국제경제에서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나 삼성그룹의 위상에 비춰서 이번 절차가 소위 사법 리스크를 일단락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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