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리스크’만 유발한 檢, 수사부터 삐걱… 이재용 1심 무죄
법원 "공소사실 모두 범죄 증명 없어"… 피고인 14명 모두 무죄
법원이 공짜로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승계했다는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해 기소된 지 3년 5개월여 만에 무죄를 선고했다.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해 경영권 승계를 위해 각종 비위를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삼성그룹 전·현직 임직원 모두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부당 합병을 강조한 검찰은 체면을 구기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박정제 지귀연 박정길 부장판사)는 5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판단했다.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살(미전실) 실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등 나머지 피고인 13명에게도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이 회장 등은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과정에서 최소비용으로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하고 지배력을 강화할 목적으로 미전실이 추진한 각종 부정 거래와 시세 조종, 회계 부정 등에 관여한 혐의로 2020년 9월 1일 기소됐다.
하지만 법원은 두 회사의 합병이 부당하다고 볼 수 없고,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 또는 지배력 강화를 위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또 삼성물산과 주주들에게 불리한 합병을 실행해 기업·주주 가치 증대 기회 상실의 재산상 손해를 끼쳤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삼성그룹과 이 회장을 향한 검찰의 2년여에 걸친 대대적인 수사는 결국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부터 삐걱거렸다. 수사팀은 삼성그룹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위해 허위 사실을 공표하고 시세를 조종했다고 판단, 이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초강수를 뒀지만 기각됐다. 또 이 회장에 대한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열린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도 이 회장의 손을 들어줘 수사 중단과 불기소 권고를 했지만, 검찰은 이를 무시하고 이 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당시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이 장기간 수사를 벌인 탓에 빈손으로 수사를 끝낼 수 없어 무리하게 이 회장 등을 기소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100여 차례 넘게 진행된 공판에서도 검찰이 제시한 증거와 주장은 재판부를 설득할 만큼 명확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검찰은 경영권 불법 승계 혐의의 최종 책임자이자 수혜자라며 이 회장에게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의 중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지만, 법원은 검찰이 이 회장에게 적용한 범죄 사실 모두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심지어 이 회장뿐만 아니라 이 사건으로 함께 기소된 나머지 13명의 피고인에게도 모두 무죄를 선고하면서 검찰의 완패를 선언했다.
결국 검찰은 무리한 수사·기소로 인해 삼성그룹의 경영 리스크만 유발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회장은 3년여 동안 매주 또는 격주로 열린 100여 차례 재판에 모두 참석해 온종일 재판을 받으면서 경영 활동을 해왔다.
허경준 기자 kju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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