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스티커 업체 CS직원, 고객과 대화서
고객 문의에 "그렇게 말씀하시니 기분 나빠"
업체 측 사과문 게재…"경솔하고 미숙했다"
유명 스티커 업체에 물품을 주문한 고객이 배송과 관련된 문의를 하자 'XXX가 없다('예의 없다'의 속어)'는 이유로 일방적 주문 취소를 당했다는 사연이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X(옛 트위터)에는 '스티커 주문하실 분들은 꼭 쿠션어 넣어서 문의하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화제가 됐다. 쿠션어란 영어 단어 '쿠션(Cushion)'에서 유래된 말로, 무언가를 부탁하거나 부정적인 말을 해야 할 경우 좀 더 부드럽게 전달하기 위해 사용하는 말을 일컫는 신조어다.
작성자 A씨는 유명 스티커 업체에 주문 제작 스티커를 의뢰한 뒤, 해당 업체에 "혹시 설 연휴에 받아볼 수 있도록 (빠르게) 보내주실 수 있느냐"고 문의했다. 이에 업체 측 CS 직원 B씨는 "설이 지난 후 19일부터 순차 발송이 예정되어 있다"고 답했다. 해당 답변에 A씨가 "오늘 주문이 들어간 것부터 설 연휴 발송인가"라고 묻자, B씨는 "어떻게 될지 확답을 못 드리니 여유롭게 (주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에 A씨가 "설 연휴는 12일까지인데 왜 19일부터 배송인지 모르겠다"고 의아해하자, B씨는 "아니, 설 연휴가 아니라 주문량이 많고, 설 연휴와 행사가 겹쳐서 제작 후 배송 기간이 늦어지고 있다"라며 "왜 말씀을 그렇게 하시냐. 빨리 받기를 원하시면 더 일찍 준비하셨어야 했다. 그렇게 말씀하시니 기분이 나쁘다"고 말했다.
B씨의 답변을 받은 A씨는 황당함을 감출 수 없었다고 한다. A씨는 "제가 무슨 말을 했다고 화를 내는지 모르겠다. 저는 그냥 여쭤본 거다"라고 말했지만, B씨는 "왜 짜증 내듯이 말씀을 하시냐"라며 "그냥 다른 곳에서 주문 부탁드린다. 예의 없는 분의 주문은 받고 싶지 않다"고 맞서며 일방적으로 주문 취소를 진행했다. 취소 사유란 기입란에는 'XXX 없음('예의 없다'의 속어)'이라고 적혀있었다.
A씨를 더욱 분노하게 한 것은 B씨가 자신의 개인 SNS에 "XXX 없는 고객이랑 싸우고 차단했는데 X에 대화 내용이 공유되고 있다"고 올렸기 때문이다. A씨는 "끝까지 진짜 웃기시네요" 라며 씁쓸한 심정을 전했다.
스티커 업체, 공식 사이트에 사과문 게재 "뱉어버린 말을 주워 담을 수 없지만…"
사건이 커지자 해당 업체 사장은 공식 사이트에 직접 사과문을 올려 진화에 나섰다. 업체 사장은 고객님과의 CS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저희 매니저가 무례한 언사 및 명명백백 용납할 수 없는 욕설 및 차단과 임의로 주문을 취소시켰다"라며 "사유 또한 입에 거론조차 힘든 언사로 고객님께 심각한 마음의 상처와 모욕을 줬다. B씨 본인의 SNS 계정에도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해서 또 한 번 상처를 주게 됐다"라고 사과했다. 이어 "어떠한 변명의 여지가 없다. 저 또한 이 사태의 심각성을 통감하고, 피해를 입은 분께 머리 숙여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직원 B씨는 지난 2일 자로 해고 통보를 받았다고도 덧붙였다.
업체 측은 B씨의 자필 사과문을 공개하기도 했다. 편지를 보면, "현재 공론화된 카톡 상담 직원입니다"라며 "뱉어버린 말을 주워 담을 수 없는 걸 알지만, 저의 무례했던 행동과 언행을 깊게 반성하고 있다. 공과 사를 구별하지 못하고 개인적인 곳에 욕설을 게시한 것도 경솔하고 미숙한 행동이었다"고 사과했다.
해당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업체 대표도 아닌데 저렇게 주문을 취소하다니. 자기가 월급쟁이라는 것을 잊고 있는 것 같다", "저래서 욕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니다", "충분히 물어볼 수 있는 질문인데 저렇게 대응하면 누가 질문하겠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고기정 인턴 rhrlwjd031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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