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VIP '특별한 손님' 상징성 부여
AK플라자 백화점, 최상위 등급 혜택 줄여
#최근 한 커뮤니티에서 AK플라자 백화점의 우수고객(VIP) 혜택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이 백화점은 지난달 VIP 혜택이 축소될 것이라고 갑작스럽게 고지한 것. 당장 올해부터 혜택이 변동되는데, 고객이 인지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한 데다 VIP 최고 등급과 낮은 등급간 차별화하지 않은 혜택이 제공되면서 고객들의 공분을 샀다. 연초 VIP 등급을 올리고 구간별 혜택을 더 뚜렷하게 차등화한 경쟁 백화점들과 사뭇 다른 모습인 것이다.
4일 백화점 업계에 따르면 통상 백화점 매출의 절반 이상은 VIP 고객의 지갑에서 나온다. 이 때문은 각 백화점은 VIP 고객에게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한다. 주요 혜택은 무료 주차와 라운지 서비스, 기념일 선물, 할인 혜택 등이다.
혜택도 등급별로 나뉜다. 돈을 더 많이 써 상위 등급으로 진입하도록 유도하고, 최상위 등급의 고객의 경우 충성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이다. 지갑을 활짝 여는 고객을 많이 확보하기 위한 유인책인 셈이다.
AK플라자의 2024년 백화점 VIP(A*CLASS) 선정 기준은 결제 금액에 따라 ▲실버(500만원 이상) ▲골드(1000만원 이상) ▲크리스탈(2000만원 이상) ▲플래티넘(3000만원 이상) ▲다이아(5000만원 이상) ▲E다이아(7000만원 이상) 등이다.
지난해의 경우 E다이아 등급을 받기 위해선 1억원 이상을 구매하고, 실버 등급은 800만원 이상 구매 고객이 해당됐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플래티넘+' 등급을 지우고, 전체 등급 기준을 낮췄다. AK플라자는 백화점 매출 효자로 꼽히는 명품 브랜드가 입점하지 않은 만큼 1억원 이상을 AK백화점에서 결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VVIP'로 불리는 최상위 등급 고객에게 제공하던 혜택을 대폭 축소했다. 당초 다이아 이상 등급 고객들은 발레주차를 하루종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지만, 올해부터는 '전 등급 발레주차, 3시간 이용'으로 바꿨다. 이 백화점에서 2000만원을 쓴 크리스탈 등급과 7000만원을 쓴 E다이아 등급의 차등 혜택은 아카데미 할인율, 세일 상품 상시 할인율로, 라운지와 주차 서비스는 동일해졌다. 이 때문에 최상위 등급 사이에서 날 선 비판이 나왔다. AK플라자 VIP라고 밝힌 한 고객은 “주변 백화점만 보아도 VIP 등급엔 선물이라도 더 보내려고 하는데 매우 실망스럽다"며 "명품 브랜드가 없어도 AK에서 소비했던 사람들을 바보로 만드는 것"이라고 온라인 커뮤니티에 적었다.
AK백화점 측도 나름대로 사정은 있다. 발레 주차가 급증하면서 주차 시간을 단축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평택과 분당, 수원, 원주에 지점을 둔 AK백화점은 해당 지역 단골이 핵심 고객층인 만큼 낮은 등급의 고객에게 발레 주차 서비스를 갑자기 중단하기 어려웠다는 이야기다.
AK백화점 측은 "최근 다이아 이상 등급의 경우 주차와 라운지 이용 관련 이전과 동일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재고지를 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같은 서비스 축소가 충성 고객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백화점의 경우 기업 이미지가 가장 중요하다"며 "혜택 변경에 대한 사실이 충분히 고지되지 않은 점, VIP들이 터무니없는 혜택을 원하는 것이 아닌데도 매출을 올려준 고객에 대해 마땅한 혜택을 제공하지 못한 것은 패착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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